트럼프, 車·부품에 25% 관세 부과 발표
완성차업체 비용 연간 161조원 증가 전망도
골드만 "車 가격 최대 2200만원 상승"
GM·포드·스텔란티스 주가 하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자동차·부품에 25% 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 미국 내 차량 가격이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를 상대로 한 무차별적인 관세 공격이 기업의 생산 비용 급등과 인플레이션을 낳아 오히려 미국 소비자들에게 막대한 청구서로 날아들 것이란 관측이 커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월가 분석을 종합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4월3일 자정부터 순차적으로 발효하는 자동차·부품에 대한 25% 관세 조치로 미국 내 자동차 가격이 최소 4500달러(약 660만원)에서 최대 1만5000달러(약 2200만원)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대형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관세 인상으로 차량 한 대당 가격이 4500달러 이상, 투자사인 번스타인과 구겐하임은 각각 6700달러, 6000~7000달러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 삭스는 적게는 5000달러에서 최대 1만5000달러까지 차량 가격이 뛸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기업들의 생산 비용 급등이 차량 가격 상승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번스타인은 신규 관세 조치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의 비용이 연간 최대 1100억달러(약 161조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은 자동차의 50%, 차 부품의 60%가량을 수입하고 있어 관세 여파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의 경우 미국 내 부품 사용을 늘리는 쪽으로 공급망을 재조정하고, 차량 판매 가격을 올리더라도 올해 세전 이익이 30% 급감할 것이라고 번스타인은 추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적용을 받는 부품에 관세 부과를 일단 유예한 것도 북미 자동차 공급망이 고도로 통합된 상황에서 자동차 업계의 비용 부담 급증과 소비자 가격 상승을 우려한 조치로 분석된다. 특히 완성차뿐 아니라 엔진·변속기·파워트레인·전기 구성품 등 핵심 부품에도 25% 관세를 매기기로 하면서 미국 내에서 생산되더라도 외국산 부품을 가져다 쓴 차량의 생산 비용이 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존 엘칸 스텔란티스 회장은 이날 투자자들과의 통화에서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저렴한 가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관세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미국 내 수요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에드먼즈의 제시카 캘드웰 이사도 "자동차 가격이 오를 것이란 예상은 합리적"이라며 "이는 이미 지속적인 구매력 우려에 시달리고 있는 업계에 추가 과제를 안겨준다"고 지적했다.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는 현재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3만달러(약 4400만원) 이하 모델 20개 중 최소 절반 이상이 신규 관세 조치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봤다.
관세발(發) 카플레이션(자동차+인플레이션) 우려로 중고차 가격 역시 덩달아 뛰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공급망 불안 여파로 출고 1~3년이 지난 중고차 물량 자체가 적고, 여기에 관세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4~6년이 된 차량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중고차 업계는 전했다.
결국 글로벌 자동차 공급망이 긴밀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이번 자동차 관세 인상은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지적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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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완성차 업체 주가는 자동차 관세 인상 발표에 급락세다. 뉴욕 주식시장에서 이날 동부시간 오후 3시32분 현재 제너럴모터스(GM)는 7.11% 내리고 있다. 포드는 3.44%, 스텔란티스는 0.84% 약세다. 반면 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2.09% 오르고 있다. 테슬라는 미국 내에서 판매하는 차량은 미국에서 생산해 상대적으로 관세 피해가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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