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물량 이미 완판, 내년 물량도 완판 전망
美 마이크론 D램 가격 인상…"유연하게 대응"
청주·용인 HBM 생산거점 캐파 확장도 계속
SK하이닉스가 올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물량을 '완판'한 데 이어 내년 물량에 대한 고객과의 협의도 올해 상반기 내에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27일 오전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수펙스홀에서 열린 제7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HBM 제품 특성상 높은 투자 비용과 긴 생산 기간이 요구되는 만큼 고객들과 사전 물량 협의를 통해 판매 가시성을 높이고 있다"며 "내년 HBM 물량은 올해 상반기 내 고객과의 협의를 마무리해 매출 안전성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올해 HBM 물량을 이미 '솔드아웃(완판)'한 상태다. 현재 주력인 HBM3E(5세대) 12단 제품을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들에 공급하고 있으며, 차세대 HBM4(6세대) 12단 제품도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주요 고객사에 HBM4 12단 샘플을 공급한 상태다.
곽 사장의 밝힌 구상은 올해 물량을 완판한 데 이어 내년 물량도 올해 상반기 중 완판될 거란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HBM3E 12단에 HBM4 12단도 포함될 전망이다.
곽 사장은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이 지속해서 하향되는 등 불확실성이 높지만 인공지능(AI)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투자는 확대되고 있다"며 "그래픽처리장치(GPU), 맞춤형 칩(ASIC) 등 증가로 폭발적인 HBM 수요 증가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HBM 시장은 2023년 대비 8.8배 이상 증가하고, 기업용 SSD 시장도 3.5배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의 전체 D램 매출 가운데 HBM 비중은 올해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4분기 HBM 매출 비중이 40%를 넘긴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판매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66조1930억원, 영업이익 23조4673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썼다.
늘어나는 HBM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캐파(CAPA·생산능력) 확대 및 투자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말 준공 예정인 청주 M15X 팹(공장)에서 1b나노미터 공정을 사용해 HBM을 생산할 예정이다. HBM을 비롯한 차세대 메모리 생산 거점인 용인 클러스터에선 2028년 1분기 양산을 목표로 단계적인 클린룸 건설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마이크론의 D램 가격 인상 움직임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마이크론은 AI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제품에 적용되는 신기술의 가치가 반영돼야 한다면서 고객사·채널 파트너사에 일부 D램 제품군의 가격 인상 계획은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직접적인 가격 인상보다 고객 신뢰·수요를 바탕으로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상락 SK하이닉스 GSM(글로벌 세일즈마케팅)담당 부사장은 관련 주주 질의에 "전날 경쟁사가 채널 파트너사에 보낸 서신을 우리도 봤다"며 "저희는 따로 고객에게 그런 서신을 보내진 않고 항상 유동적으로 대응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하반기 고객들의 축적된 재고가 많이 소비됐고 공급자의 판매 재고도 줄어든 상황"이라며 "다만 현재 시장 분위기가 단기적일지 중장기적일지는 조금 더 모니터링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저가형 AI 모델 '딥시크'의 등장으로 HBM4 수요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놨다. 곽 사장은 'HBM4 수요 둔화'에 대한 주주 질문에 "(딥시크와 같은 모델은) 중장기적으로 AI 메모리 수요에 긍정적일 것"이라며 "HBM3E·HBM4 생산 밸런스에 있어서는 같은 D램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어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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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SK하이닉스는 이날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및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 모든 안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사내이사의 경우 곽 사장이 재선임됐으며, 기타비상무이사에는 한명진 SK스퀘어 사장이 신규 선임됐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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