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가 21일(현지시간)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변동성이 큰 '네 마녀의 날'인 이날은 3대 지수 모두 약세로 시작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관련 유연한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협상 여지를 열어두며 막판 상승세를 보였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2.03포인트(0.08%) 오른 4만1985.35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4.67포인트(0.08%) 상승한 5667.5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92.43포인트(0.52%) 뛴 1만7784.05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시장은 약세로 출발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영토 일부를 영구 합병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 영향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인질 석방을 계속 거부할 경우 가자지구 영토 일부를 영구적으로 점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가자지구에서 지상군의 추가 진격을 명령했다.
개별 주식 선물 및 옵션과 지수 선물 및 옵션이 동시에 만기 되는 '네 마녀의 날'을 맞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이날 약 4조7000억달러 규모의 옵션이 만기를 맞았다. 2조8000억달러 규모의 S&P500 옵션과 6450억달러 규모의 단일 주식 옵션이 포함된 수치다.
그러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막판에는 강세로 장을 마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2일부터 상호 관세 발효를 앞두고 유연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을 언급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많은 사람이 나에게 관세 예외를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고 있다"며 "한 명에게 해주면 모두에게 해줘야 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유연성은 있을 것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상호주의"라면서도 "유연성은 중요한 단어"라고 밝혀 협상의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여전한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긴장
시장의 관심은 4월 2일로 쏠리고 있다. 에마뉘엘 카우 바클레이즈 유럽 주식 전략 총괄은 "4월 2일까지 관세 불안은 주가 상승세를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며 "최악의 시나리오인 25%의 전면 관세가 실현되면 하방 위험을 무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미건 호르먼 베르던스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는 "4월 2일이 지나도 관세가 경제에 미치는 2차 영향이 무엇인지 여전히 알 수 없다"며 "인플레이션 관점에서 그것이 물가에 일회성 타격일지 아니면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될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다른 국가의 보복 관세가 이어지면 연방준비제도(Fed)도 대응할 수 있다면서도 "수입은 국내총생산(GDP)의 11%에 불과하므로 보복이 뒤따르지 않고 처음에 적용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일회성 관세는 인플레이션에 (주는 영향이) 일시적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밝혔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현재의 적당히 제약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견고한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2%를 다소 상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절하다며 "불확실성이 크고 무역 정책과 지정학적 및 기타 국면에 따라 많은 시나리오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는 Fed의 양적 긴축(QT) 정책은 현재 수준으로 충분하며 속도를 늦출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6월 말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22.1%로 내려왔다. 25bp 인하 확률은 62.5%에서 67.3%로 상승했다.
시장은 28일 발표되는 2월 개인소비지출(PCE) 지표를 주시하고 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Fed가 정책 기준점으로 삼는 지표다. 이에 앞서 25일 발표하는 소비자 신뢰지수도 눈여겨보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부동산과 소재는 1% 이상 하락했고 통신서비스는 1% 이상 상승했다.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미국 정부의 차세대 최첨단 전투기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주가가 3% 이상 올랐다. 반면 이 소식에 미 정부의 최첨단 전투기 사업 파트너였던 록히드마틴 주가는 6% 가까이 떨어졌다.
미국 대표 물류기업 페덱스는 미국 경제 약세와 불확실성을 이유로 3분기 연속으로 실적 전망을 낮춰 주가가 6% 이상 하락했다.
스포츠용품업체 나이키는 미국의 관세 여파와 재고, 소비자 심리 등을 고려하면 회계연도 4분기(3~5월) 매출이 10% 중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밝히며 주가가 5% 넘게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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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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