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서울대 보건대학원-의사협회 3곳서 의사 수 추계 연구 공개
"2037년까진 초과 공급" 주장에 "증원해도 2050년 2만8000명 부족"
의사 근무일수 따라 달라…증원 아닌 지역균형·의료전달체계 개편 필요
의과대학 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 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진행된 새로운 의사 수 추계 연구에서도 증원하지 않으면 향후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의견과 증원하지 않아도 초과 공급될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전문가들은 다만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의료의 수요·공급 불균형 등 당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데 공통된 의견을 내놓았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서울의대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의사 수 추계 연구 공모 발표회'를 열고 서울의대, 서울대 보건대학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등 세 연구팀에서 각각 제출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우선 서울대 의대 연구팀은 의대 증원이나 의료시스템 개혁 없이도 당분간 의사 공급이 초과 상태라고 전망했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의사의 연간 근무일수를 주 5일 근무에 가까운 265일로 가정했을 때 2037년까지 의사 수는 과잉"이라며 "오히려 남는 의료 인력 어떻게 활용할지를 정책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원과 개혁이 없을 경우 장기적으로는 2050년 1만6241명의 의사가 부족해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의대 정원 확대가 아직 긴급한 사안이 아님을 시사한다"며 "강력한 의료시스템 개혁이 이뤄진다면 의대 정원 확대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기에 국민이 바라는 의료라는 차원에서 의료 개혁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의대 정원을 증원하지 않으면 2030년에는 의사가 9063명, 2040년에는 2만1345명, 2050년에는 2만8664명 부족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의사 수 부족 규모는 2050년 최대치를 기록한 후 2060년에는 1만7843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2026년부터 의대 정원을 매년 1500명 증원하면 2050년 부족 규모는 5612명이 되고, 2060년에는 1만764명 공급 초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임유나 서울대 보건대학원 객원연구원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등에선 의사가 부족하고, 의원에서는 의사가 과잉되는 등 의료기관 종별로 인력 불균형이 발생할 것"이라며 "의사 인력 정책은 증원 논의에만 국한해선 안 되며, 지역 간 균형 있는 의료 공급, 의료전달체계 개편 등과 결합해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은 의사 근무일수가 현재 수준인 289.5일로 유지된다면 증원하지 않아도 2035년 의사 3161명이 과잉 공급될 것으로 봤다. 5년간 증원할 경우 1만1481명이 과잉된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 보건대학원처럼 의사의 근무일수를 265일로 적용하면 증원이 없을 경우 2035년 의사 수가 9691명이 부족할 것으로, 증원할 경우엔 1371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다.
문석균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이번 연구에서 한국 정부가 2035년 의사가 1만명 부족할 것이라고 예측한 건 근무일수를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는 의료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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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환 서울의대 교수는 "이번 세 연구는 모두 의료개혁을 해야 하는 것이지 증원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며 "의료전달체계나 지불제도 개편 없이 단순 증원만으로 의사 수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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