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장류진 에세이 출간
작가의 내밀한 아픔 풀어내
'평양·함흥 냉면 다른것처럼
나만의 맛이 있다고 믿어"
흔히 소설가는 주인공을 극한 상황에 몰아넣고 그 안에서 느끼는 고통을 포착하는 사람이라고들 하지만 장류진 작가는 그 결이 다르다. 2018년 단편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문단에 등장해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 작가로 인정받은 소설가 장류진은 삶을 애(愛), 락(樂)의 관점에서 유쾌하고 즐겁게 그려낸다. 에세이 ‘우리가 반짝이는 계절(오리지널스)’ 출간 후 첫 언론사 대면 인터뷰로 지난 4일 서울 합정동 밀리의서재에서 작가를 만났다.
첫 에세이 출간에는 큰 결심이 필요했다. "변화하는 인간을 책에 담으면 고정되는 경향"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드러내는 것에 부담이 컸다. 집필 과정도 쉽지 않았다. 소설은 작가가 전지전능한 시점에서 모든 것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지만 에세이는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소설보다 어려웠다. 아무리 각색을 한다 해도 너무 힘들어 후회가 많이 남았다."
에세이 내용은 상황과 감정 묘사가 매우 상세해 마치 처음부터 집필을 염두에 두고 여행을 떠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함께 여행을 떠난 친구 아들의 "사랑해 이모"라는 영상통화 메시지를 보고 집필을 결심했다. "막상 쓰려고 보니 ‘내가 이런 말을 했던가’라는 의문이 들고 모든 말이 다 의심스러웠다. 다만 어느 순간 부담을 벗고 소설 캐릭터로 생각하니 편하게 대사가 나왔다."
그렇다고 거짓으로 지어낸 것은 아니다. 작가는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하게 자신을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쓴 소설과 자신의 일치율이 "딸기우유에 딸기가 들어 있는 만큼(0%)"이라면, 에세이에는 "생딸기 과즙"을 갈아 넣었다고 했다.
실제로 에세이에는 작가의 내밀한 아픔이 담겨 있다. 누군가가 갑자기 자신을 싫어하게 될 것만 같은 불안감과, 작가와 작품을 비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포함돼 있다. 저자는 "나름대로의 기술을 발휘해" 이러한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풀어냈다. "비판이 신경 쓰이지만 칭찬이 더 많아 그냥 넘어가기로 했어요. 저 자신을 의연하게 믿게 됐죠. 평양냉면도 함흥냉면도 고유의 맛이 있잖아요. 저만의 맛이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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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지금의 인생이 봄이라고 말했다. "원하는 가족(남편·반려묘)을 꾸리고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으니까요." 희극이든 비극이든, 독자가 "재밌다"고 느끼는 작품을 계속 쓸 예정이다. 인정받지 못했던 시절과 일각의 비판을 떠올리며 그는 "자신이 가진 새로움의 미덕을 믿어주자"라고 독자에게 당부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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