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예팀 구성·대규모 투자 등
AI패권 경쟁 뒤늦은 정부 대응
창의적 민간 역할 배제 말아야
중국발 딥시크 쇼크에 화들짝 놀란 국가인공지능위원회가 뒤늦게 요란한 청사진을 내놓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모델을 개발하고, 최고급 인재를 확보·양성하고, AI 인프라를 확충해서 전면적인 ‘AI 산업화’와 ‘국가 AI 전환’을 가속화 한다는 것이다. 미국·중국과 함께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 궁극의 목표다. 모든 일은 정부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중소기업벤처부·개인정보위원회가 책임지고 주도한다.
정치학자인 국가AI위원회 부위원장이 보고한 ‘국가 AI 역량 강화방안’이 화려하다. 정부가 ‘AI 국가대표 정예팀’을 선발해서 미국·중국이 틀어쥐고 있는 AI 패권에 대항하는 추격조의 역할을 맡긴다. 데이터·GPU 등의 컴퓨팅 자원과 함께 연구비·인재를 공평하게 나누는 대신, 소수의 정예팀에게만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월드 베스트 LLM(대형언어모델)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미래의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범융인공지능(AGI) 핵심 원천기술 확보에도 1조원을 투자한다.
AI 분야의 도전적 문제를 해결하는 최고급 인재를 찾아내기 위한 ‘글로벌 AI 챌린지’를 개최하고,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미국 뉴욕대와 함께 만들어놓은 ‘글로벌 AI 프런티어 랩’도 유럽 등의 국가로 확대한다. 국내에서 AI 신진 연구자를 육성하고, 산학협력형 AI 전환 대학원을 신설하고,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등도 강화한다.
당장 내년 상반기까지 국가AI컴퓨팅센터와 슈퍼컴퓨터 6호기에 1만8000장의 고성능 GPU를 확보한다. 심지어 국산 AI 반도체와 LLM의 실증도 과기정통부가 직접 운영하는 국가AI컴퓨팅센터에서 담당한다. AI 밸류체인을 구축하기 위한 전반적인 세제·전력·입지 관련 제도의 개선과 AI 학습에 필요한 양질의 공공·민간 데이터도 정부가 직접 나서서 확충·개방한다. 경직된 개인정보 보호제도도 유연하게 만든다.
물론 민간이 해야 하는 일도 있다. 정부가 개발한 AI 모델을 활용하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국내외 시장에 확산해서 수요와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 기업의 몫이다. 2027년까지 민간에 5개의 글로벌 AI 유니콘 기업과 100개의 제조 AI 전문기업을 육성한다.
미래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인공지능을 정부가 무작정 외면할 수는 없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낯선 기술의 등장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의 합리적 개선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대책을 마련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과학계에 대한 근거 없는 불신에서 비롯된 ‘이권 카르텔’이 무섭다고 정부가 모든 것을 틀어쥐던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과학계와 기업에 대한 정부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공이 확실한 ‘K엔비디아’와 ‘K오픈AI’를 새싹부터 확실하게 가려내는 탁월한 능력은 아무에게도 기대할 수 없다. 민간 역량의 불확실성을 과감하게 수용하는 ‘선진창조형 연구개발’의 꿈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 미국·중국을 추격할 수밖에 없는 AI 기술의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불합리한 ‘선택’과 과도한 ‘집중’의 악몽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민간의 창의성으로 성장하는 AI에 대한 정부의 직접 투자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인공지능이 납세·병역의 의무를 대신 떠맡아 줄 것이라는 야당 대표의 섣부른 주장은 황당한 선동적 궤변이다.
지금 뜨는 뉴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