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5관왕
에이드리언 브로디 생애 두 번째 남우주연상
'에밀리아 페레즈' 두 부문 수상 그쳐
숀 베이커 감독의 영화 '아노라'가 오스카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포함해 5관왕에 올랐다.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편집상 수상작으로 호명됐다. 후보에 오른 여섯 부문 가운데 남우조연상(유라 보리소프)을 제외하고 모두 수상하는 기록을 썼다.
'아노라'는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러시아 갑부와 결혼한 뉴욕의 스트리퍼가 시부모로부터 결혼 생활을 위협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유쾌하게 연출한 소동극에 성노동자의 애환과 계급적 갈등을 담아내 호평받았다. 베이커 감독은 전작인 '탠저린(2018)', '플로리다 프로젝트(2018)' 등에서도 미국의 소수자 사회를 조명한 바 있다.
트로피를 받은 그는 "인디 아티스트들의 피와 땀, 눈물로 만든 영화다. 독립영화를 인정해준 아카데미에 감사를 표한다"며 "독립영화는 오래오래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건 세상이 분열되고 있다고 느끼는 요즘 중요한 경험이 된다"며 "극장 관람이라는 위대한 전통을 계속 이어가자"고 역설했다.
'아노라'에서 주연한 마이키 매디슨은 유력한 수상 후보였던 데미 무어를 제치고 여우주연상을 품는 이변을 일으켰다. 20대 배우의 오스카 여우주연상 수상은 2013년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의 제니퍼 로렌스 뒤 12년 만의 일이다. 그는 "LA에서 자랐지만 할리우드는 항상 멀게만 느껴졌다. 이 자리에 서게 돼 놀랍다"며 "성노동자 커뮤니티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브루탈리스트'의 에이드리언 브로디는 '컴플리트 언노운'의 티모테 샬라메, '어프렌티스'의 서배스천 스탠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2003년 '피아니스트'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최연소로 거머쥐었던 그는 22년 만에 생애 두 번째 남우주연상을 품었다. 브로디는 "전쟁과 체계적인 억압이 트라우마, 반유대주의, 인종차별, 타자화를 남겼다"며 "저는 더 건강하고 행복하며 포용적인 세상을 위해 기도한다. 과거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증오를 방치하지 말라는 교훈"이라고 말했다.
여우조연상은 '에밀리아 페레즈'의 조이 살다나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과 올해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에 이어 오스카까지 독식했다. 남우조연상은 '리얼 페인'의 키런 컬킨에게 주어졌다.
열 부문 후보에 올랐던 '브루탈리스트'는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촬영상, 음악상까지 세 부문을 석권했다. 영화 '듄: 파트 2'는 음향상과 시각효과상 등 두 부문을 차지했다. 반면 열세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던 '에밀리아 페레즈'는 여우조연상과 주제가상 두 부문을 수상하는 데 머물렀다. 애초 오스카 주요 부문을 석권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으나 주연한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혐오 표현을 올린 이력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장편 애니메이션상은 라트비아 작품 '플로우', 단편 애니메이션상은 '사이프러스 그늘 아래'가 각각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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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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