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강원대 총장 취임
"대학 재정 1조원 달성" 목표
"지역이 사랑하는 대학 만들 것"
강원대가 교원(교수) 창업과 창업 매출액 분야에서 전국 수위를 달린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은 아니다. 2023년 1등, 지난해는 2등이었다. 2022년에는 교원 창업기업인 에이프릴바이오가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그런 강원대는 요즘 ‘방산 벤처 메카’를 꿈꾼다. 방위사업청 산하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운영하는 ‘국방벤처센터’를 유치했고, 2년 전에는 디지털 밀리터리 학과가 신설돼 데이터 사이언스, 사이버 보안 등 ICT 기반 첨단 국방 기술 전문 인력을 길러낸다. 이 대학의 창업 DNA와 결합하면 ‘한국의 팔란티어(Palantir)’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강원도 내 군인 인구가 14만명을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늦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7개월째 강원대를 이끌고 있는 정재영 총장을 만나 ‘강원대의 꿈’에 대해 들었다.
- ‘방산 벤처 메카’라는 말이 귀를 붙잡는다.
▲국방벤쳐센터는 충청 이북에선 우리 대학에만 있다. 아시다시피 강원도의 산업 인프라는 취약하다. 그런데 강원대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 교수 창업 1위라는 금자탑을 만들어가고 있다. 방위산업을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강원도의 신성장 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강원대 총장인 저 뿐 아니라 강원지사와 지역 국회의원까지 한마음으로 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방위산업의 패러다임은 정보기술 위주로 이미 완전히 바뀌고 있다. 전국 대학에 군사학과는 많지만, 디지털 밀리터리학과는 강원대만의 장점이다. 데 졸업생들은 창업하고, 방산관련 연구소에도 가고, 장교를 지망할 수도 있다. 북한 접경 지역 강원도로선 지역 경제 살리기와 국가안보 기여라는 두 가지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지방 국립대 사정이 어렵다. 통합과 구조조정은 필연이다. 그러면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강원대는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강원지역 국립대학들을 하나로 묶는 ‘강원1도 1국립대학’ 작업을 완수하려 한다. 이 작업은 공유·연합·통합이라는 복합형 모델을 통해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고, 각 캠퍼스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혁신적인 대학 통합모델이다. 강릉원주대와의 통합을 내년 3월까지 이뤄내기 위해선 각 캠퍼스가 가진 특성과 역할을 고려한 조화로운 운영모델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춘천교대와 통합도 해내야 한다. 이견과 도전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더욱 단단한 신뢰와 협력기반이 만들어지리라 생각한다. 통합 강원대학교는 춘천과 삼척, 강릉, 원주에 4개의 멀티캠퍼스를 갖게 된다. 각 캠퍼스를 지역별 산업과 특성에 맞춰 특성화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설계, 재배치할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특성화 전략이다. 춘천은 정밀 의료와 바이오·헬스, 삼척은 액화수소와 재난 방재, 강릉은 신소재와 해양 생명, 원주는 디지털 헬스케어나 E-모빌리티 분야에 집중한다.
-산학협력이 갈수록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창업과 취업은 대학의 존립 근거가 되고 있다시피한데 강원대의 전략은.
▲강원대는 지역과 대학의 동반 성장을 추진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통해 지역과 대학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협력형 지·산·학 거버넌스를 구축하려 한다. RISE의 핵심은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역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산업을 발전시키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있다. 우리 대학은 ‘강원1도1국립대학’을 기반으로 RISE 모델을 구체화하고, 강원도를 비롯한 도내 18개 지자체와 혁신기관, 그리고 지역 내 대학들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지역 혁신 사업을 발굴해 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의 산업 특성과 필요를 반영한 맞춤형 교육 및 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역산업 발전과 인재 양성을 동시에 실현하겠다.
-반도체연구소 유치는 대학은 물론 강원도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이겠다.
▲지난해 반도체특성화대학 지원사업과 강원권역 반도체공동연구소 유치를 통해 총 78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국내 정상급 연구개발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반을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반도체공동연구소는 국내 유일의 반도체 설계 및 테스트에 특화된 연구소로, 교육, 연구, 실습 기능을 종합적으로 수행한다. 특히 바이오 반도체와 국방 반도체 같은 응용 분야를 집중 육성해 강원도의 첨단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특성화대학은 차세대 반도체 핵심 분야의 연구개발(R&D)을 주도하며, 우리 대학은 반도체 인재 양성의 거점 대학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글로컬 대학 30 사업’ 선정,’ 국립대학 육성사업 평가 A등급 획득 등 성과가 적지 않은데.
▲구성원 모두의 헌신 덕분이다. 학사구조 재구조화와 다전공운영 확대 등 노력이 A등급 획득의 결과로 이어졌다. 제가 취임한 이후 7개월은 우리 대학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확인하고 새 도약을 준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국가 거점 국립대학으로서 위상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캠퍼스혁신파크와 강소연구개발특구 사업을 통해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학생 복지와 취업 지원도 중요 분야다. 기숙사와 체육 시설 등을 계속 확충하고 있다.
-수도권으로의 지역인재 유출은 지방 국립대들이 맞닥뜨린 큰 도전이라고들 한다.
▲인재 유출 문제는 대학과 지역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다. 우선 지역 인재의 입학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의예과 증원과 함께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대폭 늘렸다. 2025학년도에는 의예과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기존 30.1%에서 60%로 확대했고, 2026학년도에는 간호학과와 약학과도 정시에 지역인재 선발을 도입하겠다. 강원 고교 출신 성적 우수자는 3학년까지 생활비 지원을 포함한 장학 혜택을 제공받는다. 지역기업과 협력하는 ‘추천채용 프로그램’, 기업이 직접 대학을 찾아 채용 정보를 제공하는 ‘캠퍼스 리크루팅’과 ‘채용 설명회’, ‘기업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더해 지역소멸 위기도 대학의 고민이다. 강원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우선 대학 재정 1조원 달성을 위해 4가지 주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첫째, 재학생 충원율을 높이고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원대 같은 거점 국립대 역시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지 않고서는 이제 여러 측면에서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고 본다. 유학생 5000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고, 전체 재학생(2만여명)의 20% 정도는 유학생으로 채우려고 한다. 강원대는 최근 여러 나라에 KNU 문화원이라는 거점을 마련해 우즈베키스탄부터 인도네시아, 영어권까지 접촉을 늘리고 있다. 영어권 학생들도 K-컬쳐 때문에 한국에 상당히 관심이 많고, 강원대는 거점 국립대라는 신뢰가 있다. 둘째로 글로컬대학30사업, RISE 체계 등을 기반으로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셋째는 산학협력을 통한 연구비 확대와 기술사업화를 통한 수익 창출이다. 마지막으로 대학이 보유한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체 수입을 늘리고 있다. 백령스포츠센터와 평생교육원을 포함한 대학 시설을 활용하는 것과 국유 재산 임대 활성화를 통한 추가적인 수익 창출 등이 대표적이다. 지역과 함께 성장하며, 글로컬 명문대학으로 도약하는 것이 우리 대학의 비전이다. 2026년 출범할 ‘통합 강원대’는 이런 목표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자, 대학의 연구와 교육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릴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대담=이명진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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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최영찬 기자
정재연 총장은 누구
그는 강원도 사람이다. 서울서 나서 학교를 다녔지만 자녀 셋과 부부 모두 춘천으로 주민등록을 옮긴 지 오래다. 정 총장은 "춘천시장님께는 내가 춘천시 인구를 다섯이나 늘렸다고 자랑한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경영학도 다운 세심함과 학문을 업으로 삼은 사람에게 느껴지는 수줍음을 풍겼다. "친구따라 회계사 시험을 봐서 회계법인에서도 일했지만, 대학 들어갈 때부터 공부를 하고 싶었다"고 한 사람 다웠다. 그러나 강원대의 미래를 얘기하는 대목에선 인터뷰하는 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고, 힘주며 말했다. "대학교육은 (경영학에서 말하는) 효율성만 추구할 게 아니라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강원대가 단순히 학문적 성과를 이루는 대학을 넘어 지역사회와 손잡고 미래 지향적인 비전을 실현하는 대학이 되도록 이끌고 싶다"면서 "대학 구성원 모두가 자부심을 느끼고 지역사회가 응원하고 사랑하는 대학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가 이끄는 강원대가 최근 내건 슬로건은 ‘함께 꾸는 하나의 꿈! 글로컬 리더, 강원대학교’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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