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느라 얇아진 지갑…3분기 가계 여윳돈 3.5조 줄어

주택 구입을 위해 금융기관 차입이 늘면서 지난해 3분기 가계의 여윳돈이 전 분기보다 3조5000억원 축소됐다.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아파트 거래가 위축되며 매물이 계속 쌓이고 있는 24일 서울 강남 한 부동산에 매매와 전세 매물 전단이 붙어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분기 자금순환(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37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41조2000억원)보다 축소됐다.

순자금운용은 금융자산 거래액(자금운용)에서 금융부채 거래액(자금조달)을 뺀 값으로 경제 주체의 여유자금을 뜻한다. 현금이나 예금, 채권, 보험과 연금준비금, 주식 등으로 굴린 돈은 자금운용에 포함되고 대출금은 자금조달에 해당한다.

지난해 3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운용은 57조6000억원으로 전 분기 55조7000억원에서 1조9000억원 증가했다. 금융기관 예치금은 줄었지만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보험 및 연금 준비금을 중심으로 자금운용이 확대되면서다.

같은 기간 자금조달은 14조6000억원에서 19조9000억원으로 5조3000억원 늘었다.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금융기관 차입이 늘어난 영향이다. 한국은행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주담대는 전 분기 대비 19조4000억원 늘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2분기 17만1000가구에서 3분기 18만가구로 늘었다.

비금융 법인회사(일반기업)의 지난해 3분기 순자금조달 규모는 25조5000억원으로 전 분기(23조7000억원)보다 확대됐다. 기업의 고정자산 투자가 전 분기보다 소폭 확대되고 기업의 당기순이익도 축소된 영향이다.

일반정부의 지난해 3분기 순자금운용 규모는 18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 순자금조달에서 순자금운용으로 전환됐다. 정부의 총수입은 전 분기 대비 소폭 줄었지만 총지출 규모가 상반기에 집중되면서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한편 지난해 3분기 말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은 5429조9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1조6000억원, 금융부채는 2356조2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2조1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8%로 1분기(92.1%), 2분기(91.1%)보다 축소됐다. 명목 GDP 증가율에 비해 가계부채 증가율이 낮았던 영향이다.

김성준 한은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지난해 10~11월까지의 가계부채 데이터를 보면 3분기에 비해서는 (가계부채) 증가폭이 떨어졌다"며 "4분기에도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하향 안정세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