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임대 2년 거주 후 퇴거한 임차인들, 중흥 청구내역에 반발
원상복구비 최소 84만원, 최대 373만원 청구받은 집도
커튼박스 타공 원상복구 요구, 도배공 인건비 25만원 가구당 부과
LH는 공공임대 퇴거 때 인건비 별도 청구 안 해
중흥토건이 시공하고 운영 중인 고양 덕은지구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 임차인들이 건설사의 과도한 원상복구비 청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아파트는 서민들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공공 지원을 받아 민간 건설사가 임대한 단지다. 임차인은 이사할 때 원상복구비용을 내야 하는데, 중흥토건이 가구당 수리비를 과도하게 책정했다며 임차인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기존 세입자가 원상복구비를 지불하고 나갔으나, 하자 보수를 하지 않고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는 등 중흥토건이 서민들을 상대로 수리비 장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퇴거 임차인들 "중흥토건, 원상복구비 과도"
27일 고양 덕은지구 중흥S클래스 임차인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이달까지 퇴거하는 63가구 중 20여가구는 중흥토건으로부터 통보받은 원상복구 비용이 과도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20여가구는 원상복구 보증금(500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임차인에게 청구된 원상복구비 내역은 최소 84만원부터 최대 373만원에 이른다.
임차인들은 건설사가 제시한 자재비나 인건비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권병준 고양 덕은 중흥S클래스 임차인협의회장은 "입주 전에 원상복구 항목별 비용이 얼마인지에 대한 안내도 없었고, 퇴거 이후 수기로 금액을 써서 알려주고 있으니 임차인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청구서에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 직접 고쳐도 되느냐고 제안했는데도 이 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히 답변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흥토건은 벽지가 일부 오염되거나 손상된 경우에도 가구별로 도배공 인건비 25만원을 청구했다. 벽에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했던 가구는 인건비 25만원과 자재비 6만원까지 총 31만원을 청구했다. 거실이나 안방 등 커튼박스 벽지 보수 비용은 한 곳당 3만원씩, 5곳을 복구하는데 총 15만원을 부과했다. 주방 후드망 교체 비용은 개당 4만5000원인데, 시중에서 판매되는 후드망(1만~1만5000원)의 최소 3배 이상이다. 이 밖에 화장실 등 청소비(인건비)는 22만원으로 책정했다. 마루 찍힘 등 복구비용은 1곳당 2만5000원, 마루공 인건비는 27만5000원이다.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임차인에게 인건비를 청구하지 않는다. LH 관계자는 "공공임대 아파트의 경우 임차 계약 때 수선비 부담과 원상복구 기준을 안내하며 수선비는 시설물 경과 연수 등을 감안해 통보한다. 수리비용이 포함된 개념이며 인건비를 별도로 세분화해 청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LH가 책정한 2023년 기준 공공임대 퇴거 가구 원상복구비도 중흥토건에 비해 저렴하다. 벽체 도배 1만4100원(1㎡당), 장판 2만600원, 합판마루 6만4900원, 콘센트 1만5200원(개당), 스위치 1만1600원(개당) 등이다.
건설협회가 지난 9월 발표한 2024년 건설업 임금실태조사 내역을 보면 도배공 임금은 22만1362원, 타일공의 경우 27만9575원이다. 숨고 등 플랫폼을 활용해 개별 가구에서 도배공을 불러 방 한 면을 도배할 경우 견적 금액은 10만~15만원대다.
또 다른 임차인 전 모씨는 "원상복구비 비용 청구 업무를 대행하는 담당자에게 근거를 물었더니 내부 기준이라 어쩔 수 없으니 본사에 이야기하라고 하고, 본사에 물어보면 현장에서 이렇게 조치했으니 어쩔 수 없다며 떠넘겼다"고 말했다.
퇴거한 또 다른 60대 임차인은 "도배공 인건비 25만원이 하루 전체의 일당일 것이고, 하루에 20가구는 처리할 수 있을텐데 집집마다 25만원을 청구한 것은 과도하다"며 "안방 문틀 까짐 현상이 입주 점검때부터 보였고 입주 후에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퇴거 후에 다시 원상복구하라며 15만원을 청구했다. 정부가 특별히 임대사업을 허가한 사업자의 품격에 맞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하자보수 기간에도 건설사가 도배공을 부르면 여러 집을 묶어서 한 번에 하는데 25만원을 집집마다 부과한 것은 건설사가 중간에서 이득을 취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원상복구비 받고도 수리 안해"
중흥토건이 원상복구비를 받고도, 명목대로 하자 보수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임차인은 "임차인 일부가 원상복구비 청구 항목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시공사로부터 답변도 받지 못했다"며 "심지어 퇴거한 가구에 입주한 다른 임차인으로부터 커튼 타공이 그대로 있고, 욕조에도 낙서가 남아있는 등 하자 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고양 덕은지구 중흥S클래스 파크시티는 고양 덕은 도시개발구역A2블록에 지은 894가구 규모의 단지다. 중흥건설 그룹의 자회사인 중봉건설이 시행했고, 지주사인 중흥토건이 시공한 공공지원 민간임대(8년) 아파트다. 894가구 중 391가구를 임대로 공급했다. 2022년 11월 입주를 시작했고 2년이 지난 지난달부터 퇴거가 이뤄지고 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 주택이란 주택도시기금의 출자, 용적률의 완화 등 공공지원을 받아 건설·임대하는 주택이다. 초기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85~95%, 임대료 상승률은 5% 이내로 제한을 받는다. 임차인 모집공고문에는 ‘임차인은 최초입주 시 작성한 시설물인수인계서에 기재된 내용 물의 망실, 손괴 등에 대해 임차인 본인의 비용으로 동질 이상의 제품으로 교환 또는 배상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또 자재의 종류나 보수 주기에 대해 명시하고 있으나, 인건비 등을 포함시키는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히 나와 있지 않다.
중흥토건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임차인이 직접 원상복구하면 비용이 더 많이 들 수 있어서 견적을 받아서 안내한 것"이라며 "임차인들의 민원이 계속된다면 개선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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