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생체 간이식 주인공 이지원씨
1994년 서울아산병원서 아버지 간 일부 이식
서울아산병원, 생체 간이식 세계 최다…생존율 98%

30년 전 선천성 담도 폐쇄증에 따른 간경화로 첫 돌이 되기도 전에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아기가 국내 최초로 진행된 생체 간이식을 거쳐 서른 살 사회인으로 성장했다.
16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이씨는 1994년 12월8일 아버지로부터 간 일부를 이식받고 건강하게 성장했다. 이씨의 수술은 국내 첫 생체 간이식 수술이었다. 서울아산병원은 이씨의 간이식을 계기로 그간 성인 7032명, 소아 360명 등 총 7392명에게 생체 간이식을 통해 새 삶을 선사해 왔다. 이는 세계 최다 기록이기도 하다.
생체 간이식은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선 뇌사자 장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병세가 악화하기 전 빠른 조치가 가능한 것. 뇌사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간 손상 위험도 없다. 하지만 뇌사자 간이식보다 수술이 까다롭고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커 생존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난도 생체 간이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서울아산병원의 전체 간이식 생존율은 1년 98%, 3년 90%, 10년 89%로 매우 높다. 우리나라보다 간이식 역사가 깊은 미국의 피츠버그 메디컬센터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메디컬센터의 간이식 1년 생존율이 평균 92%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주 우수한 성적이라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병원은 최근 10년간 시행한 소아 생체 간이식 생존율이 거의 100%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생체 간이식을 받은 소아 환자 93명의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1년 100%, 5년 98.6%로 나타났다.
이러한 높은 생존율의 배경에는 수술 전후의 고도화된 협진 및 집중관리 시스템이 자리해있다. 간이식·간담도외과와 소아외과, 소아소화기영양과, 마취통증의학과, 중환자실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유기적으로 협진하며 발생 가능한 합병증에 대해 수술 전 미리 계획을 세우고 수술 후에는 환자 상태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이승규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1994년 12월 생후 9개월 아기를 살린 생체 간이식은 우리의 간이식 여정에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되어주었다"면서 "이러한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절체절명의 환자를 살리고자 도전 정신과 열정으로 뭉친 간이식팀 의료진과 수술 이후 눈부신 생명력을 보이며 일상을 살아가는 환자들 덕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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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모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소아소화기영양과 교수는 "30년의 세월은 의료진의 헌신과 노력의 결실일 뿐 아니라 의료진을 신뢰하며 잘 따라와 준 이식 환자들과 가족들의 끊임없는 노력의 성과"라며 "국내 첫 생체 간이식을 받은 아기가 기적처럼 유치원에 입학하고 이후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며 이제는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성인으로 성장한 것은 이식 의료의 성공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이식 후 관리를 철저히 한다면 30년을 넘어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이식 환자들의 성공적인 삶은 앞으로 이식을 받을 아이들과 가족에게 큰 희망을 주는 귀중한 증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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