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시장경쟁 치열" 크루즈 자금지원 중단
중국사업 부진에 글로벌 사업장 구조조정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자율주행 기술개발 자회사 크루즈의 로보택시 사업에 추가로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점을 이유로 들었다. 미래 이동수단 산업에서 중요한 기술로 평가받지만 상용화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동차 업계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속도를 조절하는 양상이다.
GM은 이날 낸 자료에서 "자본 배분 우선순위에 따라 (로보택시)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자원, 점점 더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장을 감안할 때 더 이상 크루즈의 개발작업에 자금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보택시 사업 대신 주행 중 차선유지, 차량간 거리조절 등 첨단주행보조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고속도로 등 특정 여건 아래에서는 운전자 개입이 필요없는 수준까지 기술이 개발된 분야다.
GM은 2016년 크루즈를 인수하며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소프트뱅크·혼다 등 외부 투자도 여럿 받았다. 지금껏 크루즈 로보택시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만 10조원 이상 썼으나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한 해 손실만 34억8000만달러(약 5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앞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인명사고를 냈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일었다. 크루즈는 지난해 8월 현지 당국으로부터 영업허가를 받아 로보택시 사업을 시작했는데 두 달여 만에 사고로 운행을 중단했다. 당시 다른 차량에 치여 깔린 보행자를 크루즈 차량이 몇m 끌고 가는 사고가 있었다. 소송을 당한 것은 물론 당국 조사과정에서 제대로 소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도 물었다. 크루즈는 지난해 경영진을 포함한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다.
이번 결정은 중국 사업 부진으로 전 세계 사업장 전반에 걸쳐 투자 전략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GM은 중국 내 합작공장 폐쇄 등 구조조정을 하면서 50억달러(약 7조원) 이상 회계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최근 공시했다. 올해 실적에 반영하기로 했다. GM은 과거 중국에서 200만대 이상 팔았으나 올해 들어선 지난달까지 37만대 수준으로 줄었다.
자율주행은 미래 이동수단을 구현하는 데 핵심기술로 평가받았다. 이 기술을 적용한 로보택시를 통해 상업화도 가능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봤다. 구글 자회사 웨이모가 피닉스·오스틴 등 로보택시 서비스 지역을 점차 넓혀나가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현지에서 유일하게 허가받은 업체다. 중국에서는 IT기업 바이두가 베이징과 우한에서 수년 전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최근 홍콩까지 지역을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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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곳이 더 많다. 포드와 폭스바겐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설립한 합작사 아르고AI는 2022년 청산했다. 현대차와 합작사 모셔널을 만든 미국 앱티브는 올해 초 투자를 중단하고 지분을 정리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일부 구간에서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자율주행 레벨3 수준의 주행보조시스템을 넣으려다 무기한 미룬 상태다. 자율주행 기술이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듣는 테슬라도 주행보조시스템 오토파일럿과 관련한 소송이 여러 건이다. 테슬라 역시 로보택시 사업을 위한 전용 모델을 올해 10월 공개했는데 당시 시장 반응은 미덥지 않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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