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나흘간 시가총액 140조 증발"
李, 민생 챙기며 여당과 차별화 행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오는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경제위기를 전면에 내세워 '탄핵 민심' 잡기에 나섰다. 지난주 윤 대통령 탄핵안 부결에 따른 불확실성이 정치권을 넘어 경제·사회 분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한국경제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야권은 민생 경제 파탄 위기를 고리로 대통령 탄핵의 시급성을 강조해 여당을 전방위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탄핵 무산 블랙먼데이가 현실화하면서, 전날 코스닥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최저로 추락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코스피 역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고, 나흘간 시가총액은 140조원이 증발했다"며 "하루에 무려 29조원씩 국민재산이 허공에 날아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대통령 탄핵 무산 이후 처음 열린 지난 9일 코스피는 종가기준 2360선까지 밀리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고, 코스닥 역시 630선이 무너졌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 무산에 따른 경제위기가 지속해서 심화하자 이날 '여·야·정 3자 비상경제 점검회의' 구성을 요청했다. 그는 "여·야·정부 등 3자가 모여 최소한 경제만큼은 함께 대안을 만들어가길 바란다"며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점검하고,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권 지도부가 탄핵 2차 표결을 앞두고 '경제 위기'를 전면 부각하는 배경에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결국 민생과 직결해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당장 탄핵정국으로 강(强)달러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고,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과 맞물려 보조금 축소, 무역분쟁 등 대내외 위기가 급속도로 커지는 게 사실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국내 대표 산업군인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관련주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행렬이 이미 강력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정국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다.
민심이 고조될수록 여당을 향한 대통령 탄핵 압박 강도도 커지고 있다. 당장 지난주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 불참한 여당 의원들을 향한 국민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 대표 역시 탄핵안 무산 직후 경제 불안을 고리 삼아 현장 정치를 확대하고 있다. 그는 전날 파업 중인 전국철도노동조합을 설득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고, 이날에는 야당 기획재정위 위원들이 한국은행을, 정무위원들은 한국거래소를 각각 방문해 자본시장 현장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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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의 현장 행보는 탄핵 정국 속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면모를 부각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대통령실과 각 부처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황에서 야당 대표가 민생을 챙기며 여당과 차별화에 나서는 행보이다. 내년도 예산안 역시 오늘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야당 주도의 예산안 처리를 통해 현재 정국 불안과 경제 위기를 해소해 차기 수권 정당의 면모를 드러내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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