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 전 의원 "트럼프 정권에 방해" 사퇴
NYT "트럼프, 대선 후 첫 정치적 좌절"
국방장관 지명자 등 추가 낙마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출범하는 2기 행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이 미성년자 성매수 논란 끝에 결국 사퇴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후 첫 낙마 사례다. 현재 논란에 휩싸인 트럼프 2기 내각 후보들의 추가 사퇴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미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퇴를 두고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승리 후 처음으로 정치적 좌절을 겪었다고 평가했다.
21일(현지시간) 게이츠 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게시글에서 "내 인준이 트럼프·밴스 정권 인수의 주요 과업에 부당하게 방해가 되는 게 분명하다"며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워싱턴(정가)의 싸움을 불필요하게 지체하면서 낭비할 시간이 없다"며 "그래서 법무부 장관 고려 대상에서 내 이름을 철회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의 법무부는 취임 첫날부터 자리 잡고 준비돼야 한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날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것을 영원히 영광으로 생각할 것이며 그가 미국을 구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게이츠 전 의원은 과거 미성년자 성매수와 마약 남용 의혹 등에 휩싸이면서 상원 인준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는 의원 시절 성매수, 마약 사용 의혹으로 하원 윤리위원회 조사를 받았으나 트럼프 2기 법무부 장관에 지명된 직후인 지난 13일 곧바로 의원직을 사퇴했다. 하원 윤리위 조사 결과 공개를 막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를 둘러싼 논란은 이후에도 가라앉지 않았다. 게이츠 전 의원이 두 명의 여성에게 성관계 대가 등으로 수십 차례에 걸쳐 1만달러(약 1400만원) 넘게 송금했다는 보도 등이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민주당은 물론 같은 공화당 내에서도 게이츠 전 의원의 상원 법무부 장관 인준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는 전날까지만 해도 연방 상원의원인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과 의회를 찾아 법무부 장관 인준 권한을 가진 상원 공화당 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게이츠 전 의원의 법무부 장관 인선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게이츠 전 의원의 자진 사퇴 발표 이후 자신이 만든 SNS인 트루스소셜에서 "그는 매우 잘하고 있었지만 그가 매우 존중하는 행정부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아 했다"며 "맷의 미래는 밝으며 난 그가 할 훌륭한 일들을 모두가 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NYT는 "게이츠 전 의원의 생각을 직접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가 상원에서 인준에 필요한 표를 얻지 못할 것이란 결론을 내린 뒤 사퇴를 결정했다"며 "이는 이달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당선인에게 첫 번째로 큰 정치적 좌절"이라고 보도했다.
게이츠 전 의원의 사퇴로 트럼프 2기의 주요 보직에 논란이 되는 인사를 지명하고 밀어붙여 온 트럼프 당선인의 인사방식도 큰 타격을 받게 됐다. 과거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 등 부적격 논란이 이는 다른 지명자들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헤그세스 지명자는 이날 상원 공화당 의원들을 만난 뒤 취재진에게 관련 조사 후 무혐의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변호인을 통해 성폭행이 아닌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는 주장도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도 2기 행정부 주요 보직 지명자의 추가 낙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정권 인수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헤그세스 지명자와 관련해 "이는 (인수팀이) 허를 찔린 또 다른 사례로 좌절감이 커지고 있다"며 "잡음이 지속되고 언론 보도가 계속 악화되면 트럼프 당선인이 (그에 대한) 신뢰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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