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존슨 미 연방 하원의장(공화·루이지애나)이 20일(현지시간) 트랜스젠더 여성의 워싱턴D.C. 연방 의사당 및 하원 건물 내 여자 화장실 사용을 금지했다. 이는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선출된 사상 첫 트랜스젠더 당선인을 겨냥한 조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 이후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가 어떻게 변화할지 가늠할 수 있는 '미리보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DEI란 Diversity(다양성), Equity(형평성), Inclusion(포용성)의 약자로, 사회가 인종, 성별 등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것을 말한다.
존슨 의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화장실, 탈의실, 라커룸 등 의사당과 하원 건물 내부의 단일 성별을 위한 시설은 해당 생물학적 성별을 지닌 개인을 위해 준비된 것"이라며 "여성은 여성 전용 공간을 사용할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트렌스젠더 여성의 워싱턴D.C. 연방 의사당 및 하원 건물 내 여자 화장실 출입을 금지한 것이다. 그는 "각 하원 의원 사무실에는 개인 화장실이 있고, 의사당에 남녀 공용 화장실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조치는 앞서 공화당 낸시 메이스(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이 제안한 결의안을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다. 전날 메이스 의원은 첫 트렌스젠더 여성 신분으로 내년 하원에 입성할 민주당 새라 맥브라이드(델라웨어) 당선인을 겨냥해 "생물학적 남성이 여성의 사적 공간에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메이슨 의원은 이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존슨 의장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모든 연방 건물, 학교, 공중화장실 등 모든 곳에서 남성의 여성 공간 출입 금지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LBGTQ(성소수자) 옹호 단체인 휴먼라이츠캠페인은 즉각 반발했다. 이 단체 켈리 로빈슨 대표는 이 같은 조치가 "잔인하고 차별적"이라고 강조했다. 당사자인 맥브라이드 당선인은 엑스에서 "이는 극우 극단주의자들이 미국인들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이 없다는 사실로부터 주의를 돌리려는 노골적인 시도"라며 "우리는 문화 전쟁이 아니라 주택, 의료, 보육 비용을 낮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캐서린 클라크 원내 수석부대표(매사추세츠)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공화당 하원 다수파가 435명 의원 중 한 명이 사용할 화장실을 거론하면서 119대 의회를 시작하는 것은 좋은 시작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트렌스젠더 여성의 연방 의사당 및 하원 건물 내 여자화장실 출입 금지 조치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강화됐던 DEI에 대한 일종의 반발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강화됐던 DEI는 트럼프 당선인 재집권 이후 약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트랜스젠더 이슈에 있어 강경보수 입장을 드러내 왔다. 그는 대선 캠페인 기간 "취임 첫날 학교에서 비판적 인종 이론이나 성전환을 조장하는 것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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