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주관 200억원 영구채 발행
면세사업 부진에 4년 연속 대규모 적자
최근 HDC, 신라호텔 출자해 400억 증자
실적악화 지속돼 추가 영구채 발행 불가피
HDC신라면세점이 최근 유상증자로 자기자본을 확충한 이후에도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계속 발행하고 있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영구채를 발행해 면세업 장기 부진으로 인한 완전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다. 면세점 실적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자금 조달을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DC신라면세점은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삼아 2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한국투자증권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영구채를 인수한 뒤 채권 상환 원리금을 기초자산(담보 역할)으로 유동화 사채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인수 재원을 마련했다.
HDC신라면세점이 발행한 영구채의 최종 만기는 30년으로 만기를 계속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2년 후에 콜옵션(만기 전 조기상환권)을 행사해 채권 원리금을 갚을 수 있도록 했다. 콜옵션은 발행사의 권리이지만 해당 기간에 행사하지 않으면 당초 발행금리 6.50%에 가산 금리(페널티)가 붙는다. 이자 부담이 2년 후부터 1년마다 계속 큰 폭으로 올라가는 스텝업(Step-up) 구조다. 금리 부담이 두 자릿수로 높아질 수 있어 대개 콜옵션을 행사해 조기 상환하는 게 일반적이다.
HDC신라면세점 영구채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면세 사업 부진으로 결손금이 급증하기 시작한 2021년부터 영구채 발행을 지속했다. 2020년에 300억원대, 2021년에 650억원의 결손금이 발생하면서 재무구구조가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2021년 영구채를 처음 발행한 이후로 계속 이어졌다.
영구채는 채권의 일종이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부채비율을 낮추고 자본을 늘리는 데 효과가 있다. 주로 채권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하기 때문에 대주주의 출자 부담 없이 자본을 늘려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리오프닝 이후에도 실적이 계속 개선되지 않으면서 매년 여러 차례 영구채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4년 연속 300억원 규모의 순(純)손실이 지속되면서 결국 지난해 말 기준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부채비율은 6200%까지 치솟았다.
급기야 최근에는 영구채만으로 한계에 봉착해 4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HDC(당시 현대산업개발)와 호텔신라가 절반씩 추가 출자 부담을 졌다. HDC신라면세점은 2015년 HDC와 호텔신라가 절반씩 지분을 출자해 설립한 합작 시내면세점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시내 면세점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과잉 경쟁 등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실적이 크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어 한동안 영구채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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