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상무기·담배·부패 ‘죄악주’ 6조 투입
“국민 혈세 운영…책임투자 확대해야”
국민연금공단이 대량살상무기·석탄·담배·부패 관련 기업 등 이른바 ‘죄악주’에 6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기업은 노르웨이, 스웨덴, 네덜란드 등 주요 해외 연기금에서는 투자배제 대상에 포함돼 있어 국민연금공단도 사회적 책임투자를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광주 북구을)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공단은 환경오염 기업에 3조557억원, 석탄 기업에 1조1,513억원, 담배 기업에 8,126억원, 대량살상무기 기업에 5,937억원을 투자했다. 특히 살상무기(대인지뢰, 집속탄) 분야의 경우 2021년 2,981억원 대비 투자액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구체적 기업을 살펴보면, 공단이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기업은 환경오염 기업인 포스코홀딩스로 총 2조3,007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석탄발전업체인 한국전력에 1조1,513억원, 담배 생산업체인 KT&G에 8,118억원을 투자했고, 집속탄 생산업체인 LIG넥스원에도 4,222억원을 투입했다.
해외 주요 연기금의 투자 기준을 보면,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NBIM)은 담배·석탄·무기 생산기업 등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고 있다. 네덜란드 공적연금(ABP)도 집속탄·대인지뢰 등의 무기 생산기업과 담배 생산기업 등에 대한 투자는 원천 차단하고 있으며, 화석연료 생산업체에 대한 투자도 중단한 후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사업에 재투자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민연금공단은 투자배제 기업을 지정하고 있지 않다. 2019년 11월 기금운용위원회가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의결하고, 2021년 5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석탄 채굴·발전 산업에 대한 투자 제한 전략 도입을 선언했으나,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시행 방안 마련 중’에 머물러 있다.
공단은 특히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삼립에 대한 투자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이후 SPC삼립에 200억원대 규모의 투자를 유지해 왔고, 2023년 기준 평가액은 26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동안 SPC에서는 총 572건의 산업재해가 발생, ‘국민연금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전 의원은 “국민 혈세로 운영하면서 투자배제 기준조차 없다는 것은 큰 문제다.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공공성 확보 또한 아주 중요한 가치다”며 “국민연금공단은 석탄 및 대량살상무기, 담배 등에 대한 투자 제한을 적극 검토하고, 산업재해 등을 고려한 사회책임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남취재본부 강성수 기자 soo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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