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없이 살기 운동' 선전 금지 법안 발의
러시아, 출산율 25년 만에 최저치
"서구 문화 영향"vs"개인의 선택"
러시아가 저출산 문제 해결책의 일환으로 '자녀 없는 삶' 옹호 행위 금지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이른바 '자녀 없이 살기 운동' 선전을 금지하는 법안이 국가두마(하원)에 제출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법안은 영화, 광고, 다큐멘터리 등 미디어에서 자녀 없는 삶을 장려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족과 자녀가 없는 삶이 더 매력적인 삶인 것처럼 선전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하겠다는 것이다.
법안 발의는 뱌체슬라프 볼로딘 하원의장과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상원의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안에는 이를 위반한 개인, 공무원, 기업에 각각 최대 40만 루블(약 578만원), 80만 루블(약 1156만원), 500만 루블(약 7225만원)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볼로딘 하원의장이 텔레그램 채널에 해당 초안을 올리자 국민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자녀 없는 삶은 서구 문화의 영향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환대했으나 "자녀를 낳을지 말지는 개인의 선택이므로 국가가 법률로 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반론도 나왔다. 더불어 "저출산 문제는 '자녀 없이 살기 운동' 때문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우려 때문인 만큼, 국민들의 더 나은 생활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해당 법안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의견 속에 발의된 것으로 보인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달 초 관련 법안에 대한 질의에 "출산율 상승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는 국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고 답했다. 현재 러시아의 출산율은 여성 1인당 약 1.5명으로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더해지며 출산율은 낮아지는 반면 사망자 수는 증가해 "인구가 감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앞서 예브게니 셰스토팔로프 러시아 프리모리스키 지방 보건 담당자는 지난 13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직장에서 바쁘다는 것은 저출산에 대한 타당한 이유가 아닌 궁색한 변명"이라며 "쉬는 시간에도 임신을 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기자가 "하루에 12~14시간을 일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언제 아기를 만들겠냐"고 반문하자 "쉬는 시간에 만들어야 한다. 인생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므로 이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예원 인턴기자 ywj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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