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과 고려아연 간 75년 동업 관계가 경영권 분쟁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분쟁의 책임을 놓고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비윤리적 경영을, 고려아연은 영풍의 환경오염 문제 등을 지적하고 있다. 경영권 확보를 둘러싼 민형사상 법적 분쟁이 격화되고 있지만 자금 동원력이 분쟁을 판가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도덕 공방 속 ‘예견된 분쟁’
영풍그룹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1949년 영풍기업사를 공동 설립한 이래 75년간 장씨와 최씨 일가가 동업해 왔다. 이들 창업주는 1974년 고려아연도 함께 설립했다. 그간 장씨 일가는 영풍을 경영하고,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로 있으면서도 경영은 최씨 일가에 맡기는 형식의 동업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의 지분을 늘려가며 영풍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의지를 보이자 두 일가의 동업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영풍 측은 MBK파트너스와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확보에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했다.
MBK는 지난 12일 영풍과 장형진 고문 일가와의 주주 간 계약을 통해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로 의결권을 공동행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풍과 장 고문 일가는 MBK에 소유 지분 절반에 1주를 더한 고려아연 지분을 넘겼다. 영풍과 MBK 측은 13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66만원이다.
영풍과 고려아연 측은 서로의 비윤리적 경영을 비난하며 경영권 확보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영풍 측은 최 회장이 고려아연의 자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등 주주의 이익을 도외시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영풍은 지난 23일 공개매수와 관련해 “최 회장의 전횡을 막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MBK에 1대 주주 지위를 양보했다”고 밝혔다. MBK는 21일 입장문을 내 “고려아연 이사회가 제대로 기능했으면 △5600억원 원아시아파트너스 출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에 활용된 투자 등이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 MBK의 경영권 확보 시도를 “약탈적 행위”로 규정하고 반발하고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환경 오염과 중대 재해 문제를 지적하며 경영에 실패한 영풍 경영진에 고려아연 경영권을 넘겨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장형진 고문은 그동안 석포제련소의 폐기물 보관장에 있는 유해 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겨 고려아연을 영풍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려고 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고려아연이 석포제련소의 유해 물질을 처리하는 역할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도 경영권 분쟁의 배경으로 꼽는다. 석포제련소는 낙동강과 안동댐 등 지역 환경 오염의 진원지로 지목돼 왔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제련소 임원 2명이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결국 자금 동원력이 관건
두 일가는 경영권 다툼에서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자금 동원력이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MBK를 등에 업은 영풍이 유리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변수는 고려아연이 MBK보다 강한 우군을 확보하느냐다. MBK는 이번 공개매수에 최대 2조1332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한화, 현대차, LG 등 대기업이 고려아연의 우호지분으로 거론되지만 배임 등의 문제에 휘말릴 수 있어 추가 자금을 투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장, 화우 VS BMKL, 세종
경영권 분쟁에 대형로펌들도 속속 참전하는 모양새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는 김·장이 맡는다. 김·장은 고려아연 측에 자문하며 컨트롤타워로 기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사소송은 화우가, 형사 사건은 율우가 담당한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이 MBK에 지분을 넘겨준 것이 적법하지 않다며 가처분 신청과 형사 고발을 제기했다. 또 장형진 고문과 MBK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영풍과 MBK는 베이커맥킨지앤KL파트너스(BMKL), 세종, 화현을 선임해 대응한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 회계장부 등의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13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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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경, 이진영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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