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통신 보도
"타사 AI 칩 쓰면 고객사에 불이익"
미국 법무부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소환장을 발부했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법무부가 AI 반도체 시장을 독점하는 엔비디아를 조사하기 위해 엔비디아와 다른 기업에 소환장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소환장은 특정인에게 증거 제출이나 출석을 명령하는 공식적인 문서다.
소식통에 따르면 반독점 당국은 엔비디아가 고객사들이 다른 공급업체로 전환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자사의 AI 반도체를 독점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고객사에 불이익을 준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소환장을 송부함으로써 법무부의 조사는 정식 고발(formal complaint)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고 분석했다.
법무부 당국자들은 지난 4월 엔비디아의 런AI 인수 건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런AI는 AI 컴퓨팅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 제조사다. 엔비디아가 런AI를 인수함으로써 고객사들이 엔비디아 AI 반도체에서 다른 제조사로 전환하기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또 엔비디아가 자사 기술을 독점적으로 사용하거나 전체 시스템을 구매하는 고객사들에 제품 공급과 판매가에서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지도 조사 중이다.
엔비디아는 이와 관련해 "엔비디아는 성능과 고객사에 제공하는 가치로 승리한 것"이라며 "고객사들은 자신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6월 미 반독점 당국인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FTC는 생성형 AI 서비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최대 주주인 MS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법무부는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시장 독점 여부를 조사키로 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전 거래일보다 9.53% 급락한 10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루 2789억 달러(약 374조원)의 시장 가치가 증발했다. 이날 시장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나타내면서 애플(-2.72%)과 MS(-1.85%), 알파벳(-3.94%), 아마존(-1.26%), 메타(-1.83%), 테슬라(-1.64%)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 종목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지만, 엔비디아의 낙폭은 가장 컸다. 미 정부가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은 주가를 더욱 끌어내렸다.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7.75% 급락했다. 시장 약세 속에 AI 거품론이 다시 제기되면서 매도세가 강화됐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고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브라이언 멀버리는 경기 둔화와 실업률 상승 우려에 따른 시장 변동성이 "가장 고평가된 섹터를 먼저 강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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