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강한 비와 바람을 동반한 제10호 태풍 '산산'이 일본 규슈를 강타한 뒤 천천히 동진하면서 열도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30일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규슈를 할퀴고 간 산산은 이날 오전 6시 현재 혼슈 히로시마현과 시코쿠 에히메현 사이 내해에서 동쪽을 향해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태풍 중심기압은 994hPa(헥토파스칼)이며 태풍 중심 부근에서는 최대 풍속 초속 180m, 최대 순간풍속 초속 25m의 바람이 불고 있다.
풍속은 전날보다 느려졌으나 여전히 중심부로부터 반경 390㎞ 이내에서는 초속 15m가 넘는 강한 바람이 관측됐다.
현지 언론은 태풍 세력이 약화했지만 멀리 수도권까지 영향을 주면서 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 서쪽 가나가와현 오다와라시에서는 오후 5시까지 48시간 강수량이 427㎜로 이 지역 관측 사상 역대 최대였으며 시즈오카현 이타미시의 해안지역에도 같은 시간 458㎜의 기록적인 비가 내렸다.
도쿄도 신주쿠, 세타가야 등 11개구는 피난 지시를 내렸고 도쿄 메구로강에 대해서는 새벽 한때 '범람 위험정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곳곳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산사태가 발생하거나 주택 파손, 하천 범람, 침수 등의 피해도 잇따랐다.
군마현에서는 유적발굴 현장에서 일하던 20대 인부가 무너져 내린 흙에 묻혔다가 구조됐고 도쿠시마현에서는 부서진 주택에 깔려 80대 남성이 사망했다.
NHK 집계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6명이 사망했고 1명이 실종됐으며 110명이 다쳤다.
기상청은 "태풍이 9월 1일에는 열대 저기압으로 바뀔 수도 있지만 습한 공기 유입으로 그 이후에도 비가 곳곳에서 이어질 전망"이라며 그동안 많이 내린 비로 지반이 물러져 비가 더 내리면 산사태나 하천 범람 등 재해 우려가 높다고 당부했다.
이날 오전까지 72시간 강우량은 규슈 남부 800mm, 시코쿠 500mm 등에 달했다.
도쿄, 가나가와현, 사이타마현 등 간토 지방과 시코쿠, 규슈 일부 지역에서 산사태 발생이나 하천 범람 가능성이 있다고 NHK는 전했다.
규슈 신칸센은 이날 첫차부터 종일 운행을 보류했으며 도쿄와 나고야를 잇는 노선 등 신칸센 여러 구간이 운행 차질을 빚었고 고속도로 일부 구간도 비바람 영향으로 차량 출입이 통제됐다.
신칸센은 31일에도 운행 편수가 줄거나 일부 구간의 운행이 보류될 예정이다.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는 이날 국내선을 각각 287편, 346편 결항했고 31일에도 일부 결항을 예고했다.
태풍의 이동 속도가 느리고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도 많은 비가 내리고 있어 교통 혼란이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태풍 산산 영향권에 들거나 들 것으로 전망되는 지역에서는 공장 가동을 멈추거나 점포 영업을 중지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도요타자동차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일본 내 생산을 거의 중단했고 욕실용품을 제작하는 토토도 규슈 후쿠오카현과 오이타현 등에 있는 생산 거점 8곳을 가동하지 않기로 했다.
일본우편은 규슈, 시코쿠, 혼슈에 있는 12개 광역지자체에서 배달을 중지했으며, 편의점 일부 점포와 후쿠오카시 백화점 등도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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