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휘발유와 경유 등 유류세 인하 조치를 이달 말에서 10월 말로 2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국제유가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하반기 들어 2%대로 가라앉은 물가가 다시 3%대 가까이 반등할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21일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2개월 추가 연장하는 내용의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 및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각각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였던 2021년 11월 처음 도입했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이번까지 11차례 연장했다. 정부는 지난 6월 말 종료를 앞두고 휘발유에 대한 유류세 인하폭을 기존 25%에서 20%로 축소하며 이달 말까지 2개월 연장한 바 있다.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부탄 인하폭은 37%에서 30%로 줄였다. 유류세는 현재 ℓ당 휘발유 656원, 경유 407원, LPG 142원이다. 이번 조치로 휘발유와 경유·LPG에 대한 종전 세금이 유지될 전망이다.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향후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이 큰 점이 이번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에 힘을 보탰다. 국제유가는 고조된 중동 정세 불안과 미국 경기 우려 완화로 급반등세를 보여왔다. 미국 정부가 항공모함 전단과 유도미사일 잠수함 부대를 중동에 파견하기로 결정하면서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이란의 이스라엘 타격 보도까지 나오자 지난 12일(현지시간)에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가 4% 이상 급등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전면전으로까지 갈 가능성은 5%(블룸버그통신 추정치)로 낮지만, 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국제유가를 밀어 올릴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월부터 러시아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 협의체 OPEC+(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OPEC 협의체)의 감산이 예정된 점도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제유가는 2~3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당분간 국내 기름값도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물가도 불안 요소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2.6%)은 석유류 가격이 2022년 10월 이후 최대폭인 8.4% 상승하며 직전 달(2.4%)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정부는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과 유류세 인하폭 축소 등 관리물가 인상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폭염과 태풍 등에 따른 식료품을 중심으로 한 공급 충격 위험이 잔존하는 상황이 물가 안정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재부는 "이번 개정안은 중동 긴장에 따른 국내외 유류 가격의 불확실성, 국내 물가 동향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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