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발언 후 11일 만에 SNS에 글 올려
"협회와 공방전 아닌 진솔한 대화 원해"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고 대한배드민턴협회와 대표팀을 직격한 후 침묵을 지켜온 배드민턴 안세영(22·삼성생명)이 11일 만에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안세영은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에서 "제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불합리하지만 관습적으로 해오던 것들을 조금 더 유연하게 바뀌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부상에 있어서는 모든 선수에게 정말 괴롭고 힘든 일이기에 저 또한 부상으로부터 잘 회복할 수 있는 여건과 지원을 바랐다"라며 "각 선수가 처한 상황과 구체적인 부상 정도가 모두 다르기에 그에 맞는 유연하고 효율적인 지원이 이뤄지기를 원했다"고 덧붙였다.
안세영은 "(하지만) 현실에서 맞닿은 상황은 전혀 그러지 못해 크게 실망했고 안타까웠다"라면서 "'너만 그런 게 아니다', '넌 특혜를 받고 있잖아'의 말로 문제를 회피하기보다 '한번 해보자', '그게 안 되면 다른 방법을 함께 생각해보자'라는 말로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분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배드민턴이 비인기 종목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더 좋은 쪽으로 변화해나간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국민들이 즐기는 스포츠가 될 수 있고 재능 있는 인재도 많이 유입될 것"이라면서 "건강한 환경에서 선수들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고 국민들의 따뜻한 응원도 받을 수 있다. 그것은 모두 다 협회의 성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세영은 대한배드민턴협회와 공방전이 아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협회와 시시비비를 가리는 공방전이 아닌 제가 겪은 일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고 조만간 그런 자리를 가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부터는 협회 관계자분들이 변화의 키를 쥐고 계신 만큼 더 이상 외면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주셨으면 한다"면서 "합리적인 시스템 아래에서 선수가 운동에만 전념하며 좋은 경기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는 진상조사에 나선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를 향해 "협회와 선수가 원활하게 소통이 되고 있는지 선수들의 목소리에도 꼭 귀 기울여주셨으면 한다"는 바람도 함께 전했다.
안세영은 자신의 작심 발언이 만든 파문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올림픽 우승 후 인터뷰 자리에서 부상에 대한 질문에 지난 7년간의 대표팀 생활이 스쳐 가며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하게 됐다"면서 "그 말의 파장이 올림픽 기간에 축하와 격려를 받아야 할 선수들에게 피해를 줬다"고 자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운동과 훈련만 파고들며 열심히 했지, 지혜롭게 인생을 헤쳐 나가는 방법은 아직 한참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배웠다. 다시 한번 모든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 선수와 관계자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과 심려를 끼쳐드린 국민분들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안세영은 지난 5일 파리올림픽에서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낸 뒤 배드민턴협회를 공개 비판했다. 안세영은 "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크게 실망했다"며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하고 계속 가기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지난 7년간 대표팀 빨래와 청소를 도맡아왔다고도 주장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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