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구 잘못 찾아 살았다"…'전원 사망' 브라질 추락 비행기 놓친 승객들

사고기 타려던 10여명, 다른 탑승구서 대기
이륙 직전 비행기 놓쳤다가 '전화위복'

9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주택가에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자 61명 전원이 숨진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기를 탈 예정이었던 승객들이 탑승구를 잘못 찾았다가 비행기를 놓쳐 화를 피했다는 사연이 알려졌다.

이날 CNN방송에 따르면 이날 정오께 브라질 파라나주(州) 카스카베우를 떠나 상파울루주 과룰류스로 향하던 여객기에 타려던 승객 10여명이 잘못된 탑승구로 가는 바람에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했다.

61명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브라질 여객기 추락 현장의 모습[사진출처=연합뉴스]

해당 여객기에 탑승하지 못한 한 남성 승객은 브라질 현지 매체 글로부TV에 "최소 10명이 다른 탑승구에서 대기하다가 이륙 직전에 비행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이 '이미 탑승 시각을 지나 이 비행기에 탈 수 없다'고 했다"며 "'나를 이 비행기에 태워달라'라고 그들을 압박하기도 했지만, 그들은 '방법이 없다. 비행기표를 다시 예약해야 한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남성 외에 다른 승객들도 탑승구를 잘못 찾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공항 직원들에게 비행기에 탈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하지만 이들이 놓친 비행기는 이륙 약 1시간 20분 뒤 상파울루주 비녜두 지역의 고속도로 인근 주택가 지상에 추락했고,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자신이 타려고 했던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사실을 들은 이 남성 승객은 "다리가 떨린다"며 "내 기분은 오직 신만이 아실 것이다. 우리는 다행히도 그 비행기에 타지 않았다"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추락한 비행기는 브라질 상파울루에 본사를 둔 '보이패스(Voepass)' 항공사의 ATR-72 기종 쌍발 터보프롭 여객기다. 68명 정원인 이 항공기에는 사고 당시 승객 57명과 승무원 4명 등 61명이 타고 있었다. 현재까지 비행기가 추락한 지역에 있던 주민 가운데 인명 피해 보고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번 사고의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3일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그는 남부 산타카타리나에서 행사 도중 사고 소식을 접하고 "방금 비극적인 보고를 받았다"며 행사 참석자들과 함께 묵념하며 애도했다고 브라질 매체 폴랴지상파울루가 전했다.

9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주 비녜두 비행기 추락 현장에 경찰이 출동해 있다.[사진출처=AFP 연합뉴스]

항공편 추적 사이트인 플라이트 레이더24는 "여객기에서 전송된 데이터를 살핀 결과 마지막 60초 동안 분당 8000~2만4000피트 속도로 하강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당국은 현장에서 수거한 블랙박스를 토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길레르므 데히트 브라질 공안부 장관은 "항공기의 블랙박스가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회수됐다"고 밝혔다. 브라질 연방 경찰은 자체 조사를 시작했고, 항공기 제조업체인 프랑스·이탈리아 합작 업체 ATR은 성명에서 "전문가들이 면밀한 조사와 현지 당국 지원을 위해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기상 상황으로 인한 결빙이 이번 사고의 원인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현지 매체 글로부TV의 기상 센터는 이날 "비녜두 지역에 얼음이 얼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이들이 결빙을 추락의 잠재적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기상 조건만으로는 항공기가 추락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는 반론 또한 제기되고 있다.

이 사고와 관련해 현재까지 한국 교민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파울루 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긴급 공지를 통해 "브라질에 체류하는 우리 국민께서는 한국 성을 사용하지 않는 동포 2~3세 등 탑승 사실을 확인할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길 부탁한다"고 알렸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