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만난 두 소녀, 입양된 쌍둥이로 밝혀져
조지아서 최대 10만 명의 아기 불법 매매
태어나자마자 헤어졌던 쌍둥이가 틱톡을 통해 20년 만에 재회한 사연이 알려져 화제다.
3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는 동유럽 조지아 공화국 출신의 엘렌 데이사제라는 19세 소녀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엘렌은 2022년 틱톡을 보다가 자신과 똑같이 생긴 안나 판출리제라는 이름의 소녀를 발견했다. 호기심을 느낀 엘렌은 안나에게 연락을 했고, 마침 나이도 19세로 같은 두 사람은 서로에게 유대감을 느끼면서 곧 친한 친구가 됐다.
그런데 이들은 단순히 외모가 닮은 것이 아니라 각각 불법 입양된 일란성 쌍둥이 자매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엘렌과 안나는 페이스북 그룹 ‘나는 찾고 있다’의 운영자이자 조지아의 기자 타무나 무세리제의 도움으로 DNA를 검사할 수 있었다. 무세리제는 2016년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자신이 불법 입양됐다는 사실을 알게 돼 이 그룹을 만들었고, 수백 쌍의 가족이 다시 만나는 데 도움을 줬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진짜 가족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무세리제는 1950년대 초부터 2005년까지 발생한 납치 사건을 조사했고, 조지아에서 병원과 보육원, 입양 기관이 결탁해 최대 10만명의 아기를 조직적으로 매매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영국 BBC도 다큐멘터리 ‘조지아의 도난당한 아이들’(Gorgia’s Stolen Children)’을 통해 이를 다룬 바 있다.
엘렌의 어머니는 “결혼한 지 1년 만에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남편과 함께 입양을 결심했다”면서 “그러나 대기자 명단이 너무 길어서 보육원 입양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던 중 지역 병원에서 생후 6개월 된 아기를 유료로 입양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엘렌을 입양했다”면서 “불법적인 일이 있을 것라고는 전혀 의심치 않았다”고 밝혔다.
안나의 어머니도 “당시 누군가를 입양하려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남편과 나는 안나를 입양하기까지 6년을 기다렸다”면서 “우리는 불법 입양에 대해서 전혀 몰랐고, 그런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안나는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내 모든 과거가 속임수처럼 느껴졌다”면서 “18년 동안 나를 키워준 사람들이 친부모가 아니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엘렌은 “어쩌면 우리의 친부모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죽었다는 병원의 거짓말 때문에 우리의 존재조차 모를 수도 있다”면서 “부모님을 찾아서 진실을 말해주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엘렌과 안나는 자신들을 키워준 양부모에게 감사하면서도, 친부모와 재회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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