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상환자금 조달…차입금 축소
은행·증권사 등 대주단 참여
'그룹 리밸런싱' 보유자산 매각 가능성
계열 자산 추가 매입 위한 '몸 만들기' 관측도
SK그룹 계열 리츠(REITs)가 종로 서린동 사옥과 114개의 전국 주유소를 담보로 8785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SK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자산들을 매입하기 위해 수년 전에 빌린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서다. SK그룹이 사업 구조조정 등의 리밸런싱(사업 재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SK리츠가 보유하고 있는 일부 자산들이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리츠는 은행과 증권사 등으로 구성된 금융 대주단으로부터 4418억원의 차입금을 빌렸다. 대출 만기는 3년이다. SK리츠는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 위치한 SK그룹 사옥을 담보로 제공했다. 서린동 사옥은 SK그룹 계열사들이 입주해 안정적인 수익이 창출되고 있는 데다 지가가 높아 가치가 약 1조3000억원을 호가한다.
SK리츠의 자(子)리츠인 ‘클린에너지리츠’도 금융 대주단으로부터 4367억원을 조달했다. 클린에너지리츠는 SK에너지가 그룹 계열 리츠로 넘긴 전국 주유소 114곳을 담보로 제공했다. 이 대출에도 은행과 증권사 등의 금융회사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계열 2곳의 리츠는 조달한 자금으로 7월에 만기 도래하는 기존 차입금을 상환할 계획이다. SK리츠는 SK서린빌딩과 SK에너지 주유소를 담보로 빌린 1조400억원 규모의 차입금 만기가 이달 돌아온다. 이번 대출액이 8785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담보대출 규모를 약 1600억원 이상 줄인 것으로 관측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리츠의 경우 차입금이 늘면 대출 이자로 유출되는 현금흐름이 늘어나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배당수익이 줄어들게 된다"면서 "이번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차입금을 일부 줄이면서 리츠의 배당수익률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SK리츠는 분기 배당을 실시하고 있고 잇단 자산 매입으로 현재 배당률이 6%를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SK리츠는 지난해 SK하이닉스가 보유하던 수처리센터를 1조1203억원에 매입하면서 운용자산(AUM) 4조2000억원의 국내 최대 상장 리츠로 성장했다. 지난 2월에는 3.9%의 금리로 공모 회사채 2400억원어치를 발행하는 데 성공하며 자금조달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SK리츠는 서린동 사옥, 수처리센터, 주유소 외에도 경기도 분당 U타워와 종로타워 등의 알짜 자산들을 보유하고 있다. 2022년에 U타워를 약 5000억원에 매입했고, KB자산운용이 펀드에 편입해 보유하고 있던 서울 종로타워를 6215억원에 사들였다.
SK그룹이 전사적인 ‘군살 빼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리츠가 보유하고 있던 자산들을 처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K그룹 계열사들이 입주한 서린동 사옥과 종로 타워, SK하이닉스의 폐수 처리를 맡은 수처리센터를 제외하고는 매각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 업계는 SK리츠가 보유한 대부분의 자산이 매입 이후 10~30%가량 가치가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이 SK리츠가 보유한 자산들을 제삼자에게 매각할 수도 있지만 급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SK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알짜 자산을 SK리츠로 매각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그룹의 리밸런싱 과정에서 SK리츠도 추가 자산 매입과 기존 자산 매각 등의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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