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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상반기에만 16兆…정책 엇박자에 급증한 가계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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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상반기에만 16兆…정책 엇박자에 급증한 가계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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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16조1629억원.


불과 6개월 만에 늘어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증가 폭이다. 금융당국은 연초부터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했고 은행권은 증가율을 1.5~2.0% 이내에서 관리하겠다고 했다.


당국이 지난해부터 가계부채 안정화를 거론해 온 건 한때 국내총생산(GDP)의 100%가 넘은 가계부채가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의 발목을 붙잡고 있단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불과 반년 새 당국의 약속은 공염불이 됐다.


가계부채 증가의 주된 원인은 단연 주택담보대출이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증가 폭은 지난 4월 들어 4조3000억원으로 늘더니 5월 5조3000억원, 6월 5조8000억원까지 폭증했다. 반년간 주담대 증가 폭은 약 22조원으로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16조원)을 크게 웃돈다.


연초의 약속과 달리 급증하는 가계부채의 배경엔 그동안 모순된 당국의 모습이 있다. 한 손엔 가계부채 안정화를 들고 있으면서도, 또 다른 한 손에는 주택 매매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정책들이 쥐어진 엇박자 때문이란 얘기다.


일례로 올해 1~5월 풀린 정책금융상품 디딤돌·버팀목 대출 잔액만 14조원에 달한다.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분의 80%를 넘어선다. 당국이 디딤돌·버팀목 대출의 부부합산 한도를 상향하면서 저금리 대출수요가 쏠린 영향이다. 올해 들어 신설된 최저 1%대 금리의 신생아 특례대출 등도 마찬가지다. 설상가상 당정은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기준 추가 완화작업에도 착수했다.


회심의 카드로 꺼낸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조치도 최근 연기됐다. 당초엔 이달부터 적용하기로 했으나 당국은 돌연 두 달 미뤘다. 스트레스 DSR은 차주의 대출한도를 사실상 줄이는 규제 조치다. 사실상 한도 규제 전 '막차'를 탈 기회를 두 달 더 부여한 셈이다.


이제 와선 당국도 급증하는 가계대출 추이에 부담을 느끼고 진화에 나서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임원 회의에서 "성급한 금리 인하 기대와 국지적 주택가격 반등에 편승한 무리한 대출 확대는 안정화되던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금감원은 은행권의 가계대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오는 15일부터 다음달까지 현장점검을 진행하기로 했다.


시중은행들은 금감원의 눈치를 보느라 최근 주담대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국민은행은 5년간 유지되는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를 지난 2일 연 3.0~4.4%에서 3일 3.13~4.53%로 0.13%포인트 인상했다. 하나은행도 혼합형 주담대 금리를 6월 28일 3.183~3.583%에서 이달 1일 3.34~3.74%로 0.157%포인트 올렸다. 지난달 주담대 금리를 연 2%대까지 낮추면 은행권 금리 경쟁의 선봉에 섰던 신한은행도 조만간 금리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영끌족과 전세사기 피해자의 비명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도 100% 아래라지만 여전히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이다. 정책을 시의적절하게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나 근본적으로 모순된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순 없다. 가계부채 안정화의 목표를 다시 새길 때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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