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나이지리아 출신 영국 택시기사, 고국서 지금도 월급받는 이유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7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직장 그만 둔 공무원이 해외서 급여 받아
일명 '유령 노동자'…예산 낭비에 골머리

나이지리아 정부가 일부 전직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일을 그만둔 전직 공무원이 해외에서 버젓이 월급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영국 BBC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볼라 티누부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전직 공무원들에 대한 특별 단속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번 명령은 최근 대서특필된 전 나이지리아 공무원 사비투 애덤스(가명) 사건에서 비롯됐다.


애덤스는 나이지리아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하급 공무원이었다. 그는 2022년 직장을 그만두고 영국으로 자리를 옮겨 택시기사로 일하는 중인데, 최근 여전히 나이지리아 정부에서 월급을 타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나이지리아 출신 영국 택시기사, 고국서 지금도 월급받는 이유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
AD

애덤스가 나이지리아에서 일하던 시절 받은 공무원 급여는 15만나이라(약 80파운드·14만원)였다. 영국에서 택시기사를 하면서 버는 돈이 훨씬 많은 데다, 월 80파운드를 잃는 건 그의 수입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애덤스는 "(전직 공무원의 급여를 단속하라는 명령을 들었을 때) 나는 미소 지었다"며 "나는 택시기사로 일하며 이전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고 있고, 그다지 걱정되지 않는다"고 BBC에 전했다.


월 80파운드는 영국 택시기사 입장에서 큰돈은 아니지만, 납세자의 돈으로 운영되는 나이지리아 정부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다. BBC가 애덤스에게 '퇴직 사실을 분명히 밝히지 않고 나이지리아를 떠난 이유가 뭐냐'고 묻자, 애덤스는 "다시 공무원으로 돌아갈 상황을 염두에 둬서 한 선택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나는 공무원 상사와 합의했다. 상사는 그저 제가 떠나도록 내버려 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BBC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선 지난 2년간 약 360만명의 국민이 모국을 떠나 해외로 이주했다. 특히 티누부 대통령 취임 후 나이라화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이민 행렬은 더욱 길어졌다. 특히 젊은이들은 더 나은 삶을 찾아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를 두고 '자파(탈출을 뜻하는 지역어 단어)'라고 한다.


문제는 기존 일자리를 버리고 나라에서 '탈출'하는 이들이 늘면서, 일명 '유령 직업'도 폭증했다는 데 있다. 이미 일을 그만두고 떠난 근로자에게 여전히 급여가 지급되는 상황을 뜻한다.


애덤스 같은 사례가 계속 드러나자, 티누부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이런 '유령 직업'을 뿌리 뽑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그는 지난 1월에는 정부 부처 관료 및 국가, 국제 행사에 참석하는 공식 수행원 수를 60% 감축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BBC는 "대통령은 실제로 유령 노동자를 단속하기 위해 어떤 조처를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매체는 낭비되는 정부 예산을 줄이겠다는 약속과 달리, 티누부 대통령은 사치스러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며 꼬집기도 했다. 실제 티누부 대통령은 최근 수백만달러짜리 신규 전용 비행기 구매 예산을 책정했으며, 새 공식 관저 착공 비용만 1100만파운드(약 192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