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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며 서울을 생각하다]관광 붐이 바꾼 서울 도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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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0대 관광도시중 14위
사대문 안과 인접지 호텔 급증
북촌·서촌 주택은 상업지 변모
관광객·직장인 섞여서 붐벼
베네치아·교토처럼 관광객 몸살
과잉 관광으로 주민 삶 불편
지속 가능한 관광도시 새 과제

[걸으며 서울을 생각하다]관광 붐이 바꾼 서울 도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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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입국 규제 완화 후 한국을 다시 찾은 건 2022년 5월이다. 2년 만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은 소수였고, 관광객으로 늘 붐비던 명동은 텅 비었다.

이후 다시 찾은 2024년 5월 상황은 전혀 달랐다. 명동은 예전처럼 외국인 관광객으로 꽉 찼고 서울의 주요 관광지마다 외국인들이 많았다. 불과 2년 동안 명동은 텅 빈 유령 마을에서 넘치는 인파를 경험했고, 관광객 감소와 증가 추이를 보여주는 상징적 거리가 되었다.


명동이 말해주는 건 더 있다. 명동을 둘러싼 변화는 커다란 맥락 안에서 진행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1세기 첫 10여 년 동안 거의 늘지 않던 서울의 관광객 수는 2010년대 초부터 급증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2000년 530만 명, 2010년 780만명이었지만, 2015년에는 1320만 명으로 급증했고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무렵에는 1750만 명까지 치솟았다. 이들이 모두 다 관광을 위해서만 서울에 온 건 아니겠지만, 관광객 비중이 큰 편인 건 분명하다. 그렇게 보면 서울은 2010년부터 외국인이 많이 찾는 도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영국 컨설팅회사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서울은 국제 관광객이 찾는 100개 도시 중에 14위였다. 1위는 파리였다.


외국인 관광 붐은 2010년대 서울 도시 공간 변화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건 호텔의 증가다. 2010년대까지는 관광객 수가 늘지 않아 새로운 호텔을 짓는 일은, 특히 사대문 안에 이루어지는 호텔 공사는 드물었다. 2010년대 관광객 수가 급증하면서 숙박 시설이 부족해지자 여기저기에서 새로운 호텔을 짓기 시작했다. 사대문 안쪽 상업 지역 중심으로 호텔이 들어서면서 그 주변 상가의 주요 고객들이 외국인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사대문 인접 지역으로 점점 퍼져나갔다. 호텔이 거의 없던 공덕과 홍대 등에는 공항철도 이용이 쉽다는 이점으로 인해 호텔들이 부쩍 늘었고, 역시 외국인들이 많아졌다.


[걸으며 서울을 생각하다]관광 붐이 바꾼 서울 도시 공간 서울 명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호텔만이 아니다. 2010년대는 ‘에어비앤비’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방 하나 또는 집 전체를 빌려주는 것이 유행이었다. 서울에서는 관광객이 전혀 없는 원룸 건물 밀집 지역이나 오피스텔 단지 등에 관광객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외국인들도 많았지만, 한국인들도 많았다. 북촌과 서촌 같은, 한옥이 많이 남아 있는 동네에는 ‘한옥 게스트하우스’가 생겼고 많은 주택이 상업적인 공간으로 변모했다. 그로 인해 거주민들 위주였던 동네가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 되었다.


2010년대 관광 붐은 외국인 중심이긴 했지만,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이 외국인만은 아니었다. 소득이 높아지고 생활 습관이 변하면서 한국인들도 서울로 여행을 오기 시작했고, 숙박하며 머무는 경우가 늘었다. 서울은 국내 주요 관광지로 부상했다. 내외국인을 망라해 서울 숙박 인구 급증으로 인해 서울은 뉴욕, 런던, 파리, 도쿄 등처럼 주요 상업 지역에서 관광객과 직장인들이 섞여서 붐비는 모습을 일상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들 관광객은 서울에 와서 과연 무엇을 할까.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경복궁 같은 전통 문화유산을 보거나 한국 음식을 맛보고 면세점에서 쇼핑하는 등 이들의 코스는 대체로 비슷했다. 2000년대 한류 붐이 일기 시작한 이후 대중문화 관련 관광객들이 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욘사마’(배용준) 열풍이 불면서 촬영지인 중앙고등학교를 구경하러 오는 일본인 중년 여성이 늘어났고 2010년대 케이팝 붐이 일면서 한국을 찾는 젊은 팬들이 늘었다.



[걸으며 서울을 생각하다]관광 붐이 바꾼 서울 도시 공간 한복을 입고 서울 관광에 나선 외국인들이 경복궁을 둘러보며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2010년대의 관광은 전 세계적으로 구경하는 것에서 체험하는 것도 변화했고, 이러한 전환점은 한국의 관광 유형에도 영향을 미쳤다. 관광버스를 타고 와 경복궁을 구경하는 대신 한복을 빌려 입고 천천히 걸으며 셀카를 찍는 외국인들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음식 문화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 거리 음식부터 고급 한식을 먹는 것 역시 체험의 하나로 인기를 끌고 있다. 네일아트 같은 뷰티 체험은 물론 주요 관광지 근처 화장품 가게에는 늘 외국인 손님으로 붐빈다.


관광 붐은 서울 상업 지역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이러한 관광 산업은 부침이 심하다. 팬데믹이 아니어도 환율이나 항공권 가격 같은 경제적 변수는 물론이고 전쟁이나 외교 문제 같은 국제 정세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관광객이 급감하면 관련 업종과 업체들은 순식간에 어려움에 빠진다. 서비스업 위주인 관광 산업은 대체로 저임금 종사자들도 많아 이들 지역의 경제적 기반은 약한 편이다. 서울은 아직 그런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세계적으로 볼 때 관광 산업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높아 보이는 곳들도 없지 않다.


베네치아나 교토 같은 인기 관광지에서는 과잉 관광이 문제로 드러난 지 이미 오래다. 역사적 경관들을 잘 보존해온 이들 도시가 관광객을 소화할 수 있는 한계가 있는데 너무 많은 이들이 찾아와 좁은 골목길까지도 관광객으로 넘쳐나고, 식당이나 카페를 비롯한 가게들마다 관광객들이 많아 거꾸로 주민들이 살기 불편할 정도까지 이르고 있다. 서울은 이런 도시들에 비해 훨씬 넓긴 하지만, 관광객이 자주 다니는 곳에서는 이미 과잉 관광의 여파로 주민들의 삶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촌은 몸살을 겪은 지 오래되었고, 서촌이나 신당동 같은 새로운 ‘핫플레이스’도 점차 그렇게 될 것이다.


그렇게 보자면 서울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관광객들의 급증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를 두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관광 붐으로 인해 서울 주요 상업 지역들이 뉴욕, 런던, 파리, 도쿄처럼 ‘글로벌한’ 공간으로 변모했다. 서울이 그런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듯하니 반가운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시민들의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는 즐거운 도시, 시민들에게는 살기 편한 도시가 되어야 할 텐데 이 두 개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만 지속 가능한 관광도시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지금 서울이 받아든 과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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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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