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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토크] 사기냐 돈 복사기냐…'바나나 게임'의 정체

시계아이콘02분 06초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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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에 한 번 접속해 바나나를 얻는 게임
아무 것도 아닌 바나나가 수백불에 팔리자
수십만명 몰려 바나나 접속하는 사태 번져

최근 게임업계에선 한 수상한 게임이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게임 이름은 '바나나(Banana)'. 사실 제대로 된 게임조차 아닙니다. 3시간에 한 번씩 접속하면 '바나나'라는 아이템을 주고, 그뿐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세계 최대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최대 동시 접속자 수 80만명을 기록했을 만큼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3시간에 한 번씩 접속해 희귀 바나나를 손에 넣으세요

[테크토크] 사기냐 돈 복사기냐…'바나나 게임'의 정체 '바나나' 게임 화면. [이미지출처=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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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는 일명 '클리커 게임'입니다. 말 그대로 마우스 커서로 바나나 버튼을 클릭할 수 있지요. 하지만 버튼 클릭 자체는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이 게임의 진가는 3시간에 한 번씩 색깔이 변하는 '희귀 바나나'를 수집하는 겁니다.


희귀 바나나가 게임의 핵심입니다. 왜냐하면 이 게임의 바나나 아이템은 스팀 내 거래 플랫폼을 통해 유저들끼리 진짜 달러화로 사고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팀 장터'라고 불리는 기능으로 원래는 유저 간 게임 아이템 거래소로 만들어진 페이지입니다.


아무 가치 없는 바나나 그림일 뿐이지만, 유저 간 거래를 통해 가치를 불린다는 점에서 한때 붐을 일으킨 NFT와 유사합니다. 그러나 바나나 게임은 NFT가 아닙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지 않았으니까요. 단지 게임 내에서 아무 기능도 하지 않는 바나나 그래픽을 사람들끼리 사고팔 뿐입니다.


누군가가 산 300달러짜리 바나나, 불을 댕기다

[테크토크] 사기냐 돈 복사기냐…'바나나 게임'의 정체 지난 17일 80만명에 근접한 바나나 플레이어 수 [이미지출처=스팀 DB 캡처]

문제는 이 게임이 갑자기 엄청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 시작은 '크립틱나나'라는 이름의 한 희귀 바나나가 379달러(약 52만원)에 판매되면서였습니다. 이 게임 안엔 무수히 많은 바나나가 있지만, 크립틱나나는 25개밖에 없습니다. 이후 크립틱나나의 가격은 514달러(약 70만원)까지 뛰었습니다. 그저 게임 내 바나나를 수집하는 것만으로도 수십만원을 손에 쥘 수 있게 된 겁니다. 미 매체 '포브스'의 한 기자는 이 현상을 두고 "돈 복사기"라고 표현했습니다.


누가 처음으로 바나나 아이템에 수백달러를 지불하기 시작한 걸까요. 왜 이 아이템의 수요가 폭증한 걸까요. 아무도 모릅니다. 바나나 게임 개발자 3인은 바나나 거래로 누가 이득을 얻었는지 등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사실, 개발자들조차 이 게임의 성공에 어리둥절하고 있습니다. 게임 개발자 중 한 명인 '해리'는 미국 게임 전문 매체 '폴리곤'과의 인터뷰에서 자기가 만든 게임에 대해 "멍청한 게임"이라고 평가절하하기까지 했으니까요.


그러나 누군가가 바나나를 비싼 값에 사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바나나 시장'이 탄생했습니다. 이제 1000달러(약 138만원)를 넘어서는 가격에 사고 팔리는 바나나가 심심찮게 발견됩니다. 희귀 바나나를 얻기 위해 게임에 접속한 사람 숫자는 수백만명에 달합니다. 한때 이 게임의 동접자 수는 80만명을 초과했습니다. 세계 최대의 인기를 가진 '카운터 스트라이크', '도타2' 같은 게임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입니다.


무엇이든 '밈 주식'이 될 수 있는 시대

[테크토크] 사기냐 돈 복사기냐…'바나나 게임'의 정체 바나나 게임의 폭발적인 인기는 NFT, 밈 주식 등 열풍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바나나 게임의 흥행은 '밈(meme)' 주식, 코인 등의 흥망성쇠와 매우 유사합니다. 누군가가 장난으로 시작한 매수가 온라인 커뮤니티라는 초고속 통신망을 타고 수만, 수십만명의 시장 참여자를 불러 모아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게임스탑' 대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언급했던 도지코인 등이 대표적이지요.


과거 밈 주식, 코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바나나 붐도 언젠가는 갑작스럽게 사그라질 겁니다. 다만 여전히 희귀 바나나를 수십, 수백만원에 사고 팔려는 사람들이 있는 한, 용돈벌이하려는 유저는 3시간에 한 번씩 게임에 접속하겠지요. 심지어 이 게임에 접속한 유저 대부분은 실제 사람이 아니라 자동화 봇(Bot)이라고 합니다.


바나나 사태는 완벽하게 전산화된 시대의 트레이딩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거대한 금융 시장에 비하면 스팀 장터의 바나나 아이템은 유동성 축에도 못 끼는 규모일 겁니다. 그러나 3시간에 한 번씩 게임 화면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푼돈을 쥘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누군가는 시장에 참가할 겁니다.


문제는 정보의 확산이 너무 빠르다 보니 가격이 난폭하게 치솟았다가 순식간에 사그라지길 반복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참여자 중 극히 일부는 일확천금을 거머쥐겠지만, 파티의 막차라도 올라타려고 터무니없는 값에 바나나 아이템을 산 이들은 결국 손해만 보고 끝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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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바나나 게임 사태는 게임 산업 그 자체에도 경각심을 주는 이벤트입니다. 이미 국내외에서 게임 산업은 사행성 및 게임 아이템 소액 결제 문제로 크고 작은 논란을 빚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바나나 게임은 조건만 잘 맞는다면 어떤 게임이라도 투기의 장으로 변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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