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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합, 연금공단 손배청구 대위 "공제 후 상계해야"…판례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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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이 불법행위의 피해자에게 연금급여를 지급한 뒤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경우 그 대위의 범위는 공단이 지급한 연금급여액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가령 불법행위로 피해자가 100만원의 손해를 입었을 때 공단이 40만원을 피해자에게 우선 지급한 뒤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행사할 때 가해자와 피해자의 과실비율이 70:30이라면 공단이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은 피해자에게 지급한 40만원 전액이 아니라, 그 중 가해자의 과실비율(70%)에 상응하는 금액, 즉 28만원이라는 취지다.


대법원은 2021년 피해자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손해배상청구권 대위행사가 문제된 사안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먼저 보험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를 공제한 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과실상계를 적용해 공단이 피해자를 대위해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을 결정해야 한다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을 채택했는데, 국민연금공단의 경우에도 같은 법리에 따라 청구액을 결정해야 한다고 본 판결이다.


대법원 전합, 연금공단 손배청구 대위 "공제 후 상계해야"…판례 변경 서울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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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 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교통사로 인한 피해자에게 공단이 장애연금을 지급한 뒤 가해자에게 손해배사청구권을 대위행사하게 돼 그 대위 범위가 문제된 사건의 상고심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원고의 승계참가인으로 소송에 참가해 상고한 공단의 상고를 기각하고, 위와 같이 이른바 '공제 후 상계설'에 따라 결론을 낸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국민연금공단이 불법행위의 피해자에게 연금급여를 한 다음 국민연금법 제114조 1항에 따라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는 경우 그 대위의 범위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한 연금급여액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달리 '국민연금공단이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는 경우 그 대위의 범위는 손해배상청구권의 범위 내에서 연급급여액 전액'이라고 판단한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원고 A씨는 2016년 1월 14일 오후 경남 사천시의 한 교차로를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던 중 B씨가 몰던 택시에 앞 바퀴 부분을 충격당하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를 당한 피해자 A씨는 사지가 마비되는 등 부상을 입었다.


A씨는 B씨가 가입돼 있는 공제조합을 상대로 11억6000여만원의 손해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사지마비로 인해 앞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됨에 따른 일실수입과 이미 들어간 치료비, 앞으로 들어갈 치료비, 이동을 위한 보조장비 구입 비용, 간병인 등을 쓰기 위해 필요한 개호비 등을 합쳐 계산한 금액이었다.


1심 재판부는 가해자인 B씨와 피해자인 A씨의 과실비율을 80(가해자 B):20(피해자 A)으로 보고, 6억9000여만원과 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며 청구금액을 11억3900여만원으로 일부 감축했다. 그리고 항소심에서는 A씨에게 2600여만원의 장애연금을 지급한 국민연금공단이 원고의 승계참가인 자격으로 소송에 참가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충돌 직전까지도 감속하거나 급제동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전방주시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을 인정, 과실비율을 60(가해자 B):40(피해자 A)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1심 판결이 인정한 6억9000여만원의 배상액 중 5억1000만원과 그에 대한 이자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해당 부분에 대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승계참가한 공단에 대해서는 B씨가 1590여만원과 그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에서는 공단이 A씨에게 지급한 장애연금 2600여만원 전액을 B씨에게 청구해 받을 수 있을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기존 국민보험공단의 유사한 사안에서는 공단이 피해자에게 지급한 돈을 먼저 공제하지 않고, 일단 전체 손해액 중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범위에서 공단이 지급한 돈의 전액을 대위행사 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었다.


가령 위의 사례(피해금액 100만원)에서 공단이 가해자에게 지급한 40만원 전액을 피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반면, 피해자는 우선 과실비율(30%)에 따른 상계를 통해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총 금액 70만원 중 공단으로부터 받은 40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즉 30만원만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종래 입장이었다. 과실상계를 먼저 한 뒤에 공단에서 받은 연금을 공제한다는 의미에서 이를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 내지 '상계 후 공제설'이라고 한다.


'공제 후 상계설'이나 '상계 후 공제설' 어느 한쪽을 따르더라도 결론적으로 가해자가 지급해야 할 총액(총 피해액 100만원 중 과실비율에 따른 70만원)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피해자와 공단의 이해관계는 어느 쪽을 선택하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과거 대법원 입장인 '상계 후 공제설'을 취하게 되면 공단은 자신이 피해자에게 지급한 전액(40)을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반면,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30만원만 청구할 수 있다. 반대로 '공제 후 상계설'을 따르게 되면 공단이 가해자에게 40만원 전액을 청구할 수 없고, 과실비율에 따라 산정된 금액인 28만원만 청구할 수 있다. 즉 이 문제는 피해자가 국민연금이나 국민건강보험 같은 사회보장적 급여를 지급받았을 때 피해자와 공단이 가해자로부터 지급받아야 할 금액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이 같은 대법원의 기존 입장을 따르는 대신, 앞서 언급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사례에서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에 따른 계산법을 적용했다.


먼저 과실상계를 해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을 산정하지 않고, 피해자가 공단으로부터 받은 연금액을 우선 공제한 뒤에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남은 손해액 중 가해자의 과실비율에 따른 금액 만큼만 피해자가 청구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공단 역시 가해자가 부담해야 할 전체 손해액 중 피해자가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 내지 '공제 후 상계설'로 불리는 계산 방식이다.


위 피해금액 100만원 사례에 적용해 보면, 피해자가 공단에서 받은 40만원을 먼저 공제하면 남는 손해액은 총 60만원인데, 피해자의 과실이 30%이기 때문에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과실비율에 따라 60만원의 70%, 즉 42만원만 청구할 수 있다. 그리고 공단은 자신이 피해자에게 지급한 40만원 전액을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없고, 피해자의 나머지 손해액 60만원 중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청구한 42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28만원을 가해자에게 청구해 받을 수 있다.


재판부는 대법원 전합 판례를 원용해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경우 그 손해 발생에 피해자의 과실이 경합된 때에는, 기왕치료비와 관련한 피해자의 손해배상채권액은 전체 기왕치료비 손해액에서 먼저 가해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공단이 부담한 보험급여비용(공단부담금)을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이러한 법리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장애연금을 받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해 원고승계참가인으로부터 2016년 8월분부터 2021년 7월분까지 60개월간 장애연금 2600여만원을 지급받았고, 이는 같은 기간 일실수입 손해를 넘지 않는다"라며 "따라서 원고승계참가인은 국민연금법 제114조 1항에 따라 장애연금을 지급한 금액에 대해 피고에 대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는바, 국민연금공단이 대위하는 금액은 원고의 일실수입 손해액에서 공제돼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항소심 도중 승계참가를 했지만 청구한 금액의 60% 정도만 인정받은 공단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국민연금공단이 불법행위의 피해자에게 연금급여를 한 다음 국민연금법 제114조 1항에 따라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는 경우,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에 따라 그 대위 범위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한 연금급여액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법 제114조(대위권 등) 1항은 '공단은 제3자의 행위로 장애연금이나 유족연금의 지급 사유가 발생하여 장애연금이나 유족연금을 지급한 때에는 그 급여액의 범위에서 제3자에 대한 수급권자의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하여 수급권자를 대위한다'는 조항이다.


재판부는 "국민연금법 제114조 1항의 문언만으로 그 대위 범위를 반드시 공단이 부담한 '연금급여액 전액'으로 봐야 하는 것은 아니고,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을 위한 국민연금법의 입법 목적, 국민연금 제도의 사회보장적 성격은 위 대위 범위의 판단에도 고려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재판부는 "국민연금공단에 손해배상청구권의 대위를 인정한 취지로부터 피해자에게 가장 불리한 '연금급여 전액'을 대위하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고, 재정 확보를 위해 피해자에게 가장 불리한 해석이 정당화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손해가 제3자의 불법행위와 수급권자의 과실이 경합해 발생한 경우 적어도 '연금급여액 중 피해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 만큼은 국민연금공단이 피해자를 위해 부담할 비용이자 피해자가 정당하게 누릴 수 있는 이익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국민연금공단의 대위 범위는 연금급여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 부분으로 제한하는 것이 이해관계를 공평하게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결론 내렸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대법원은 최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국민건강보험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계산방식에 관한 판례를 변경했는데, 위 각 보험과 국민연금은 모두 사회보장적 성격을 가지는 사회보험제도이므로, 법질서 내에서의 통일된 해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은 최근 건강보험, 산재보험 사안에서 '공제 후 과실상계설'을 채택했고, 국민연금 사안에서도 종전 '과실상계 후 공제설'을 취하던 견해를 변경해 '공제 후 과실상계설'을 채택함으로써 공단의 대위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고 피해자가 추가적인 손해전보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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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또 "이로써 주요 사회보험인 건강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 등에서 그 대위의 범위에 관해 통일적인 법해석이 이뤄지게 됐고, 국민연금의 재산권적 성격과 사회보험 성격을 조화롭게 고려하며, 공단과 피해자 사이의 형평을 도모하고자 했다는 데에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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