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 대기업 특허 소송 건수
미국 6대 빅테크보다 3배 이상 많아
특허권자에 유리한 법원 성향 이용
한국 대기업 상대로 집중 소 제기
미국 연방 텍사스 지방법원이 한국 수출 대기업들의 ‘특허소송 사냥터’가 되고 있다. ‘특허 괴물’이라 불리는 ‘NPE(Non Practicing Entity, 특허관리전문기업)’들이 삼성, 현대차, LG, SK 등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기업들을 상대로 특허권자에 우호적인 경향을 보이는 텍사스지법에 집중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률신문이 미국 법원의 소장과 판결 등을 검색하는 코트링크(CourtLink)를 통해 미 연방 텍사스 지방법원의 특허소송을 전수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와 현대차, LG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주요 수출기업들은 1997년 2월 첫 소송 제기 이후 2024년 6월 14일 현재까지 총 783건의 특허 소송을 당했다. △삼성전자 511건 △LG전자 248건 △현대차 18건 △SK하이닉스 6건이다. 이 가운데 670건은 종결됐고, 113건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국 기업의 특허 피소 사건은 미국 기업들과 비교해 월등히 많다. 연방 텍사스 동부·서부지법에서 애플,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테슬라 등 미국의 6개 빅테크 기업이 피소된 특허소송 건수는 모두 242건으로 한국 4대 기업 피소 건수의 30%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와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애플의 경우, 같은 법원에서 피소된 특허소송은 총 66건으로 삼성전자의 10분의 1 수준(12.9%)이었다.
미국에서 특허침해소송은 대부분 NPE가 제기한다. NPE는 특허권자들로부터 특허를 사들인 뒤 기업들을 상대로 거액의 로열티 지급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소송을 걸어 거액의 합의금이나 배상금을 받아낸다. 지식재산보호종합포털 분석에 따르면 특허를 보유하고 소송을 벌이는 주요 NPE는 전 세계적으로 600개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특허권자에게 우호적인 성향을 보이는 연방 텍사스 동부지법에서 집중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특허책임자 출신인 안승호 전 부사장이 퇴사 후 NPE를 세워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곳도 텍사스 동부지법이다. 이 법원의 로드니 길스트랩(J. Rodney Gilstrap) 수석판사는 지난달 9일 안 전 부사장 측의 청구를 기각하고 삼성전자에게 승소 판결했다. 이 판결은 텍사스 지법에서 한국 기업이 이긴 ‘희귀한’ 사례로 꼽히는데, 한국의 검찰이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안 전 부사장이 삼성의 기밀자료를 불법적으로 빼낸 사실을 밝혀 증거로 제출한 덕분에 승소했다.
NPE와의 특허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한국 기업들에겐 ‘상처뿐인 승리’라는 지적이다. 미국에서는 이겨도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하는데, 특허소송 대응 비용은 건당 800만~1000만 달러(110억~137억 원)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비용도 그만큼 더 든다. 한국 대기업들도 소송 비용과 시간 등을 감당하기 어려워 웬만하면 거액의 합의금을 주며 ‘울며 겨자 먹기’로 합의해 소송을 종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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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지, 이순규, 안현, 이진영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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