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생판 남' 할머니·할아버지와 사는 청년들…우후죽순 생겨난다는 '이곳' 어디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3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양로원에서 재정비 택한 중국 청년들
노인 돕는 자원봉사하며 월세 부담 ↓

중국 젊은이들이 양로원으로 모이고 있다. 양상은 두 가지다. 청년들만 입소해 자신을 재충전하는 공간 '청년양로원(靑年養老院)', 그리고 노인들이 사는 양로원에 청년들이 들어가 자원봉사를 하는 양로원(養老院)이다.


'생판 남' 할머니·할아버지와 사는 청년들…우후죽순 생겨난다는 '이곳' 어디 사진=중국 CCTV
AD

청년양로원에서 청년들은 단기간 거주하면서 그동안 쌓인 취업, 업무 스트레스 등을 해소하고 자신을 재충전하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 일반 양로원에서는 노인과 함께 살며 자원봉사를 통해 월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거주하는 공간의 명칭과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계속되는 취업난과 월세 등의 재정적인 부담으로 중국 젊은이들의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은 경기 부진으로 청년 실업률이 높아졌다. 지난 4월 중국 16~24세 청년 실업률은 14.7%. 전체 실업률(5.0%)의 세 배 수준이다.

부모 눈치 피해 양로원으로 향하는 中 청년들

최근 중국 내 '청년양로원'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청년양로원은 한 달에 1500위안(약 28만3000원)으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젊은이들은 이곳에서 멍 때리는 시간을 갖거나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 있을 수 있다. 숙박뿐 아니라 농사, 가축 사육, 영화 감상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쉴 수도 있다. 바, 노래방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청년양로원을 운영 중인 왕유롱씨는 "숙박, 여가, 오락, 기타 사업 뿐 아니라 청년들에게 육체적, 정신적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안펑 뤄양사범대학교 사회학자는 현대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느끼는 스트레스 정도가 높은데 청년양로원은 청년들에게 배울 기회와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로원 내에서 읽고 쓰고 그리는 행위가 충전의 기회"라며 "이는 곧 자기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생판 남' 할머니·할아버지와 사는 청년들…우후죽순 생겨난다는 '이곳' 어디 사진=바이두 캡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은 "청년양로원은 중국 젊은이들이 부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맘껏 쉬고 여유 부릴 수 있는 곳"이라고 전했다. 청년양로원이 늘어나는 것을 두고 "중국의 경기둔화로 새로운 일자리가 부족하고 일하기 싫어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세 아끼며 '세대 간 공동생활'

양로원에서 노인들과 함께 살며 자원봉사를 하는 청년들도 많다. 집에서 부모 간섭을 받고싶지 않은 청년들이 양로원에서 노인들과 함께 사는 '세대 간 공동 거주'를 택한 것이다. 이 같은 형태는 유럽과 미국에도 있다. 중국에서는 2021년 광둥성 포산시의 한 양로원이 청년들에게 임대료를 20% 할인하며 입주 기회를 준 것이 화제가 됐고, 이후 상하이와 난징 등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저장성의 한 양로원은 젊은이들의 한 달 봉사 시간에 따라 임대료 삭감을 해준다. 월 임대료는 1000위안(약 18만9150 원) 정도. 월 10시간의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 200위안(약 3만3700원)이, 월 20시간 자원봉사를 하면 500위안(약 9만4380원)을 임대료에서 차감할 수 있다. 한 달에 30시간 이상 자원봉사를 하면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 양로원에 2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입주한 사람은 17명 정도. 같은 기간 퇴실 인원은 4명에 불과하다.


'생판 남' 할머니·할아버지와 사는 청년들…우후죽순 생겨난다는 '이곳' 어디 사진=중국 CCTV

29세 천즈웨이씨는 월 3000위안(약 56만 8440원)이 넘는 자동차 대출금을 감당하기 위해 스스로 양로원으로 들어왔다. 천 씨는 중국 매체 인터뷰에서 "임대료를 내고 자동차 대출금을 갚고, 하루 세 끼를 먹으면 월급이 빡빡했다"며 "임대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양로원 생활을 시작했는데 꽤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양로원에서 주로 사회복지사나 간병인을 도와 청소를 하거나 혈압 측정 등을 한다. 노인들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주거나 악기 연주를 함께 하기도 한다.



테마파크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란이팅(24)씨 역시 임대료 부담 때문에 양로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오후 5시 반 퇴근 후 노인들과 담소를 나누거나 체스를 두거나 탁구를 친다"며 "매일 한두시간씩 이런 시간을 보내면 집세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란 씨는 "기름기가 많고 매운 음식을 자주 먹었는데 이곳에서의 식사는 덜 짜고 기름기가 적어 더 건강해질 수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