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 지불 후 일부만 환불"
막대한 계약금에도 소비자 보호망 허술
10년간 누적 피해구제 신청 3000건대
업계 관계자 "실제 피해 더 많을 것"
#. A씨는 국내 ㄱ결혼중개 업체를 통해 이성과의 만남을 주선 받았다. 하지만 계약 전 업체 측에서 설명한 것과 달리 초창기에만 적극적으로 소개를 해주고 이후에는 원하는 이성상과 거리가 먼 이성 위주로 소개를 해준다고 느꼈다. 이후 환불을 요구했으나 계약 조건상 소개를 1번 이상 받을 경우 전체 환불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A씨는 해당 업체에 250만원을 내고 1명의 이성과 한 번의 만남을 한 셈이다.
#. ㄴ결혼중개 업체를 찾은 B씨는 3000만원을 지불하고 '무제한'(기간제) 중개 상품에 가입했다. 그는 주선을 통해 8번을 만난 후 만족스럽지 않아 나머지 계약금의 환불을 요구했다. 하지만 ㄴ업체는 3000만원이 아닌 300만원 계약 기준의 계약 환불을 진행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계약 당시 이미 소비자가 동의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결혼중개업체와 이를 이용하는 고객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 같은 피해 사례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5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3년 결혼중개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결혼 중개 업체는 809곳에 달한다. 연평균 매출액도 2020년 2억700만원 규모에서 2022년 2억3100만원 규모로 매년 늘고 있다.
10년간 누적 피해구제 신청 3000건대
결혼중개업은 '결혼'을 전제로 한 서비스인 만큼 계약 금액은 1인당 최소 200만원대에서 최대 5000만원가량으로 적지 않다. 여기에 결혼이 성사된 이후 지불하는 '성혼금'을 책정하는 노블레스 전문 결혼 중개 업체의 경우 400만~5000만원가량의 성혼금을 별도로 요구한다. 그러나 막대한 계약금을 내고도 소비자들은 피해구제를 제대로 받기가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아시아경제가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한국소비자원에서 제출받은 '국내결혼중개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현황'에 따르면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10년 전인 2013년 197건에 불과하던 피해구제 신청은 지난해 2배 규모에 못 미치는 350건에 달했다. 2021년부터는 3년째 300건대에 육박했다. 10년간 누적 건수는 3090건이었다.
신청 사유별로 분석해본 결과 계약해제·해지 또는 위약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2228건으로, 72.1%를 차지했다. 계약불이행은 578건(18.7%), 청약철회는 82건(2.7%), 부당행위(2.5%)는 77건이었다.
피해구제를 신청하더라도 모든 경우에서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전체 신청 건 중 '환급' 처리가 이뤄진 건수는 876건으로, 28.3%에 불과했다. '계약해제'는 344건(11.1%), '배상'은 19건(0.6%)이었다. 이외엔 적극 조치가 아닌 단순 처리가 이뤄진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정보제공'이 665건(21.5%), '조정신청'이 584건(18.9%)으로, 환급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업체 관계자 "계약서 명시, 구제 못 받아"
실제 결혼중개업체 이용자들은 피해구제를 신청해도 제대로 된 조치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체와 법적 분쟁 과정 중인 B씨는 "국내 결혼 중개 표준약관 자체가 매우 회사 입장에 유리하게 되어 있다"며 "가입 당시 환불 규정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지만, 환불을 절대 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 7년간 재직한 매니저 C씨는 "업체와 소비자 간 다툼이 벌어지면 소비자원으로 넘어가는데, 소비자원에서도 업체가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이라고 주장할 경우 해결해주기 어렵다"며 "대부분 피해 구제를 못 받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니저 D씨는 "일반 이용자들은 한국소비자원에 신고하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도 많아 실제 피해 사례는 더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수희 법률사무소 차율 대표변호사는 "약관규제법 제3조(약관의 작성 및 설명의무 등)에 따르면 사업자는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작성하고, 약관에 정해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며 "만약 사업자가 이러한 설명 의무에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해당 약관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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