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겨냥 "우크라, 폭군에 의해 침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 콜빌쉬르메르 미군 묘지에서 열린 기념식 연설에서 "80년 전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같은 목적을 위해 싸웠다. 이곳에서 희생된 이들은 죽을 것을 알고도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80년 전 영웅들이 맞서 싸운 어둠의 세력을 알고 있고 그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며 "침략과 탐욕,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욕망, 무력으로 국경을 바꾸려는 욕망은 영원하다"고 비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해 "지배에 집착하는 폭군에 의해 침략당했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인은 비범하고 용감하게 싸우고 있는 반면 러시아에서는 이번 전쟁으로 35만 명의 군인이 죽거나 다쳤고 러시아에서 미래를 그릴 수 없는 100만명이 러시아를 떠났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지속할 것이며, 민주주의 진영이 단결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늘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단결됐으며 침략에 맞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더욱 준비돼 있다"며 "미국과 나토, 그리고 50개 이상의 국가로 구성된 동맹국은 우크라이나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고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물러선다면 우크라이나는 정복당할 것이고 거기서 끝나지 않고 유럽 전체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 국가를 하나로 모으는 미국의 독특한 능력은 부인할 수 없는 미국 힘의 원천"이라며 "고립주의는 80년 전에도 답이 아니었고 오늘날에도 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CNN은 이에 대해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겨냥한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수호를 내걸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영국 찰스 3세 국왕,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등 25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찰스 3세 국왕이 해외를 방문한 것은 지난 2월 암 진단 사실을 공개한 뒤 이번이 처음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80년 전 오늘 이곳에 상륙한 이들은 같은 국기도, 같은 유니폼도 입고 있지 않았지만 나치 폭정으로부터 유럽을 해방하려는 공통된 열망으로 죽음에 맞섰다"며 "그들이 목숨을 걸고 지킨 건 자유"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우리 대륙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 그들이 싸웠던 모든 것을 다시 도전받는 상황, 무력으로 국경을 바꾸거나 역사를 다시 쓰려는 사람들에 맞서 이곳에 상륙한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하자"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프랑스는 2014년 70주년 기념식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초대했으나 2019년과 올해는 초대하지 않았다. 대신 러시아에 맞서 전쟁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초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80년 전 연합군은 유럽의 자유를 수호했고, 지금은 우크라이나인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며 "그때도 단결이 승리했듯, 오늘날에도 진정한 단결이 승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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