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취임 100일 맞아 기자간담회 개최
'기업 밸류업, 자본시장 레벨업' 위해 4대 핵심전략 및 12개 추진과제 발표
밸류업 지수 9월 발표, 연말 ETF 등 관련 투자상품 출시
"지난 100일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에 대한 해소 필요성을 절감한 시간이었습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임 100일에 대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정 이사장은 "최근 글로벌 증시는 인공지능(AI) 업종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으나 국내 증시는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크지 않은데 그간 증시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가 상승을 견인할 질적 성장은 미흡하다는 방증"이라면서 "지금이라도 기업 밸류업 정책에 속도를 올리고 국민의 공정한 자산운용 기회를 확대하는 한편 우리 자본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음으로써 자본시장을 레벨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밸류업, 자본시장 레벨업'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정 이사장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확정 발표하는 한편 ▲기업 밸류업 지원 ▲공정한 자산운용 기회 확대 ▲자본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자본시장 마케팅ㆍ소통 강화 등 '4대 핵심전략 및 12개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미래사업본부 신설해 신규 수익원 확보
먼저 거래소는 '미래사업본부'를 신설해 인덱스·데이터사업 등을 수행하는 사업전담 조직 설치를 추진한다. 정 이사장은 "기존 수수료 중심 수익구조에서 탈피해 미래 먹거리도 적극 발굴해 나가겠다"면서 "인덱스, 데이터 등 성장성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본부( 가칭 미래사업본부)를 신설해 신규 수익원 확보의 구심점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코리아 프리미엄을 위한 기업 밸류업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날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데 이어 오는 9월에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하고 연말에는 지수 연계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정 이사장은 "일본도 인덱스 개발을 통해 밸류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인센티브 구조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한 점에 착안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인덱스를 만들어서 발표할 계획으로, 9월 정도에는 인덱스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9월 인덱스 발표되면 실제 투자 펀드 만들어지는 과정을 고려할 때 연말에는 ETF 등 구체적인 투자펀드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인덱스 기반으로 펀드를 만들고 인덱스 포함 기업에 추가적인 투자 수요로 작동을 해서 성공적인 밸류업 추진을 하고 있는 기업들의 전체적인 가치 평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덱스 포함 기업들은 자본효율성, 주주친화 정책이 우수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선정할 방침이다. 정 이사장은 "밸류업 추진의 핵심은 기업의 자본효율성을 확대하고 주주친화적인 경영을 하는 것이 기본 내용으로, 어떤 기업들을 인덱스에 포함시킬거냐 관련해서는 그런 차원에서 자본효율성이 상대적으로 좋고 주주친화적인 기업들을 선정할 계획"이라며 "다만 자본효율성은 기업이 소속된 업종이나 산업의 성숙단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대상 기업 선정 시 기업이 속해있는 산업 특성, 기업의 규모별 특성, 그리고 산업별 발전단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선정할 계획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산업별 차별, 성장단계별 차별, 규모별 차별이 생기지 않도록 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밸류업, 자율성에 기반해 인센티브로 참여 유도…필요시 인센티브 추가 검토
기업가치 제고 계획 운영에 있어 정 이사장은 자율성과 인센티브를 통한 유도를 강조했다. 그는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하면서 규제가 도입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자율성에 기반한 인센티브 구조를 원칙으로 채택했다"면서 "자율성에 근거한다고 하면 단기간 효율이나 장기간 실효성을 만들어내기 어렵지 않겠느냐 지적도 있을 수 있으나 밸류업을 진행해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될 수 있는 마켓 프레셔(시장 압력)나 동종업체 프레셔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밸류업을 성공적으로 자본시장에 뿌리내리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자율에 맡기는 대신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정 이사장은 "세제 등 관련 인센티브에 더해 영문공시 지원 등 거래소 나름의 인센티브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운영과정에서 기업들에게 좀 더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하면 인센티브를 추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밸류업의 정착을 위해 해외 홍보 등도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정 이사장은 앞서 도쿄와 뉴욕을 방문해 'K-밸류업 글로벌 로드쇼'를 진행했다. 정 이사장은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있다"면서 "특히 다수의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현재 중국에 투자한 자금의 회수 과정에 있는데 중국으로부터 회수된 자금을 아시아 어느 지역에 투자할지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한국 밸류업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굉장히 많은 관심을 표시했다. 중국 시장으로부터 회수되는 자금들이 한국에 투자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 이 밸류업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나 일본에서 기업설명회(IR)를 가진 후 홍콩이나 싱가폴에서도 한국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있는 당국자들이 와서 설명해주면 좋겠다는 수요가 있었고 그런 수요 감안해서 추가적인 해외 IR 등을 가능한 조기 실시해 나가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영미권에 K-밸류업 마케팅 거점도 신설할 계획이다.
이밖에 거래소는 국민의 공정한 자산운용 기회 확대를 위해 금융당국과 함께 불법 공매도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능화되고 있는 불공정거래에 선제 대응하는 한편 기업공개(IPO) 상장폐지 제도 합리화를 통해 좀비기업이 적시에 퇴출되는 진입과 퇴출의 선순환 생태계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정 이사장은 "공매도와 관련해서 거래소는 공매도에 대한 중앙점검시스템을 만드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불법공매도에 대한 조기 발견, 탐지를 통해 관련 페널티를 부과하기 위해 중앙점검시스템은 반드시 잘 마련돼야 한다. 중앙점검시스템 구축에는 1년, 많이 단축하면 10개월 정도로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과 관련해 대체거래소(ATS) 출범을 앞두고 통합시장관리체계를 잘 구축하고 파생금융시장에 대해서는 내년 자체 야간시장을 개설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정 이사장은 "과감한 도전과 혁신을 통해 거래소의 지적 자본을 축적하고 '기업 밸류업, 자본시장 레벨업'의 촉매가 되겠다"면서 "이를 통해 우리 자본시장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코리아 프리미엄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긴 호흡으로 전략과제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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