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협상대상자 6~7월 선정
한국 건설단가 프랑스 '절반'
한국이 총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체코 원전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수주에 성공할 경우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에 해외 원전 건설사업을 따내게 된다. 한국은 가격경쟁력과 정해진 예산으로 적기 시공을, 경쟁국인 프랑스는 유럽 내 원전 건설 경험과 함께 유럽연합(EU) 국가로서의 EU 원전 동맹을 내세우고 있다.
24일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는 이르면 다음 달 말에 선정된다.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은 두코바니 및 테믈린 지역에 1200㎿ 이하의 원전 최대 4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최초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 지역에 원전 1기(두코바니 5호기) 건설을 계획했지만, 올해 1월 두코바니 6호기와 테믈린 3·4호기를 추가해 총 4기로 건설 규모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사업액도 8조원에서 30조원 규모로 크게 늘었다.
당초 체코 원전 수주전에는 한국과 중국, 러시아, 미국, 프랑스 등 5국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2021년 체코 정부는 중국·러시아를 안보 문제로 입찰에서 배제했다. 올 초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도 법적 구속력이 있는 제안서를 내지 못해 탈락하면서 최종적으로 한국과 프랑스의 2파전이 됐다.
한국의 한수원은 독자 기술로 개발해 바라카에 공급한 APR-1400을 바탕으로 체코 측의 '1200㎿ 이하' 요구에 맞춰 설비용량을 낮춘 APR-1000의 공급을 제안한 상태다. 프랑스전력공사(EDF) 역시 EPR-1600에 기반한 EPR-1200으로 경쟁하고 있다.
프랑스는 'EU 동맹' 앞세워…원자로 인허가 우위도 강조
한국의 최대 강점은 가격과 적기 시공, 즉 '온타임 온버짓(On time On budget)'이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는 ㎾당 3571달러로 프랑스(7931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EDF의 EPR-1600 모델이 적용된 핀란드와 자국의 원전 건설비는 1기당 120억~135억유로(약 17조7500억~19조9600억원)로 한국 APR-1400보다 3배가량 비싸다"면서 "이번에 EDF가 체코에 제안한 EPR-1200도 비용을 크게 줄이지는 못해 가격경쟁력에서는 한수원이 크게 앞선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은 UAE 원전을 프랑스·미국의 절반 비용으로 정해진 기일 내에 건설하는 능력을 입증했다.
프랑스는 "유럽 원전시장 안방을 내주면 안 된다"며 '유럽연합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올 3월 프랑스를 중심으로 체코를 포함한 원전 확대 진영 12개 회원국은 'EU 차원의 원전 정책 강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지난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프랑스는 같은 유럽 국가로서 유럽 원전 동맹을 만들고 소위 '우리가 남이가'라는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정치·외교적으로 우리가 불리한 면이 있지만, 한국도 원전 시공능력 등의 강점을 내세워 최대한 노력하고 있는 만큼 결과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DF는 유럽 내 인허가상의 우위도 강조하고 있다. 기존 자국과 핀란드에 지은 EPR 원자로가 유럽 승인 절차를 무난히 통과한 것처럼 이번 EPR-1200도 신속한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와 한수원, 한국전력기술,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으로 구성된 '팀코리아'는 체코 정보의 우선협상자 선정 전까지 수주전에 온힘을 쏟을 계획이다. 지난 13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직접 체코를 방문해 '두산 파트너십 데이'를 열고 체코 원전 사업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달 말에는 시공 주관사를 맡기로 한 대우건설의 백정완 대표가 체코로 향해 '한·체코 원전 건설 포럼'을 주관할 예정이다.
발주사인 체코전력공사는 한수원과 EDF의 입찰 서류 등을 평가한 뒤 정부에 심사보고서를 제출한다. 체코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6월 말~7월 중순 사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3월 본계약을 체결한 뒤 2029년 착공, 2036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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