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지난해 2월부터 이어진 11회 연속 동결이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5%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지고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한편, 1분기 경제성장률도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성이 낮아졌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3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연 3.50%)를 동결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작년 1월 금리를 3.25%에서 3.5%로 0.25%포인트 올린 뒤 1년 4개월째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배경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있다. 연준이 통화정책 결정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물가지표인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올해 1월 들어 상승률이 0.5%로 오르고, 2~3월 들어서도 두 달 연속 0.3% 상승해 고물가 고착화 우려를 키웠다. Fed 위원들은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를 향해 움직일 것이라는 확신을 얻기까지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금리 인하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것을 시사했다.
여전히 높은 물가도 동결을 이끈 주요인이다. 한은은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6%로 유지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9% 상승해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아직 한은의 물가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결정에 있어 물가 안정이 가장 중요한데 아직 물가가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5%로 0.4포인트 상향 조정했는데, 이는 1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다. 우리나라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3%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0.5~0.6%)를 크게 웃돌았다. 이창용 총재도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작년 한 해 성장률이 1.4% 수준이었는데, 한 해 성장을 1분기에 한 것”이라며 “얼마나 상향하느냐가 문제지 기술적으로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상향을 안 할 수 없다”고 성장률 조정을 시사한 바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필요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물가가 잡히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진 다음에야 인하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 교수는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릴 경우 금리차가 더욱 벌어져 환율,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며 “우선 물가가 2% 초중반대로 안정돼야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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