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직후 200m 거리 골목서 서성이며 통화
사고 당일 귀가 않고 호텔 투숙해 의혹 키워
접촉 사고를 내고 도주해 음주운전 의혹을 받는 가수 김호중씨(33)가 사고 직후 현장에서 벗어나 통화를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16일 채널A는 김씨가 사고 직후 사고 현장에서 200m 정도 떨어진 골목에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모습을 담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김씨는 차에서 내려 한 손은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른 한 손으론 휴대전화를 귀에 댄 채 골목길을 서성이며 통화하고 있다. 앞서 김씨 소속사는 15일 "김씨가 공황 장애를 앓고 있어 잘못된 판단으로 사고 처리를 하지 않고 이동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상 속 김씨의 모습은 공황 장애 증상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라는 평가다.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차를 몰던 중 마주 오던 택시와 충돌한 뒤 달아난 혐의(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를 받고 있다. 사고 2시간여 뒤인 10일 오전 2시께 김씨의 매니저는 사고 당시 김씨가 입었던 옷을 입고 경찰서에 가 자신이 사고를 냈다고 허위 진술했고, 김씨는 사고 17시간 뒤인 10일 오후 4시30분 경찰에 출석했다.
경찰은 김씨의 음주운전 여부와 '운전자 바꿔치기'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김씨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는 김씨의 음주운전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사고 당일 김호중은 인사차 유흥주점을 방문했지만 콘서트를 앞두고 있어 음주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자신이 매니저의 대리 출석을 지시했다고도 밝혔다.
김씨는 사고 당일 자택으로 귀가하지 않고 경기 지역의 모 호텔에서 숙박한 사실도 드러났다.
16일 연합뉴스는 김씨 매니저가 자신이 운전대를 잡았다고 허위 자백을 한 이후 경찰이 김씨에게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김씨는 응하지 않았으며 경찰이 김씨의 집을 찾았을 때도 그는 집에 없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김씨가 매니저에게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며 경찰에 대신 출석해달라고 한 녹취 파일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씨에게 범인도피교사나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녹취 파일에 대해 김씨 소속사 관계자는 "해당 녹취 속 목소리는 김씨가 아닌 이 대표"라고 했다.
더구나 김씨의 뺑소니 등 혐의를 밝힐 결정적 증거인 김호중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도 사라져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씨 소속사 측은 "현장에 먼저 도착한 다른 매니저 한 명이 본인의 판단으로 메모리카드를 먼저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 메모리카드는 매니저가 자의로 파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에게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 미조치)과 함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도 적용해 조사 중이다. 김씨 차량과 충돌한 택시 기사는 부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4일 저녁 김씨를 불러 8시간가량 조사하는 등 지금까지 김씨와 김씨 매니저, 소속사 대표 등 4명을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김씨 차량 블랙박스에 메모리카드가 빠져 있었던 점 등을 토대로 지난 14일 김씨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영장이 발부되면 사고 이후 김씨와 소속사 관계자들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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