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립 전초전
마인원 파트너스 소유 토지
120일 내 강제매각 명령
미국이 자국 미사일 기지 인근에 중국 기업이 소유한 토지에 대한 강제 매각 명령을 내렸다.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행정부의 전방위적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가 임박한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 말기에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미·중 간 대립의 ‘전초전’ 격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주요 외신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와이오밍주 프랜시스 E. 워런 공군 기지 1마일(1.6㎞) 반경 내 위치한 중국계 암호화폐 채굴 업체 마인원 파트너스가 소유한 토지에 대한 강제 매각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시한은 120일 이내다. 또 마인원 파트너스가 운영 중인 특정 장비에 대한 철거 명령도 내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프랜시스 E. 워런 기지는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일부가 배치된 전략 미사일 기지인 가운데 마인원 파트너스의 일부 지분은 중국 정부가 소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재무부와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략 시설 인근에서 미국을 감시하고 간첩 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특수 및 외국 조달 장비가 국가 안보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자국 핵심 인프라 인근에 적대국이 토지를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주 정부 법안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난해 플로리다 등 15개 주에서 적대국들의 토지 소유 금지 법안이 주 의회를 통과했고, 올해도 20여개 주에서 외국인 토지 구매를 제한하기 위해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토지 소유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고, 중국 업체의 미국 시장 진입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021년 동물 사료용 원료를 만드는 중국계 미국 업체 푸펑 USA가 노스다코타주 그랜드 포크스에 옥수수 공장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반발에 직면한 이후 주 정부 사이에서 투자 제한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외신은 이번 강제매각 명령이 전기차 등 전략 산업에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 부과 조치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내려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태양광 발전 장비, 의료장비 등 전 방위적인 제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 부과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도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예고한 만큼 미·중 무역 전쟁의 확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이날 공개된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면서 “우리는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 단절을 원치 않지만 경기는 공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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