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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의 극단적 사례" 죽음보다 끔찍했던 첫 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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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 모독성 상습 폭언 반복
징역 2년 6개월 법정 구속

약 1년 전 25살 나이로 생을 마감한 전영진씨는 사건기록을 살핀 판사가 직장 내 괴롭힘의 '극단적인 사례'라고 칭할 정도로 매일 직장 상사 A씨(41)로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폭언과 압박에 시달렸다.


가족들에 따르면 영진 씨가 다닌 강원 속초시 한 자동차 부품회사는 직원이 5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회사였다. 영진씨의 첫 직장이었고, 그곳에서 만난 약 20년 경력의 A씨는 첫 직장 상사였다.


"직장 내 괴롭힘의 극단적 사례" 죽음보다 끔찍했던 첫 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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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유서 한 장 없이 세상을 떠난 동생의 죽음에 의문을 가진 형 영호씨가 '혹시 남겨놓은 음성메시지라도 있을까' 열어본 휴대전화에는 영진 씨가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녹음돼 있었다.


영진 씨의 휴대전화에 남아있던 통화녹음은 모두 86건이었다. 입사 시기를 고려하면 괴롭힘이 더 있었으리라 추정되지만, 통화녹음과 폐쇄회로(CC)TV 일부를 토대로 밝혀낼 수 있었던 범행은 주먹으로 머리를 때린 행위 4회, 협박 16회, 정보통신망법 위반 행위 86회뿐이었다.


공소장에 담지 못한 통화 700여건에도 모욕적인 내용이 가득했다.


첫머리부터 끝머리까지 온통 욕설로 가득한 상사의 폭언은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졌다. 폭언은 그칠 줄 몰랐고, 심지어 영진씨의 부모까지 언급됐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법정에서 영진씨와 유족들에게 사죄의 뜻을 밝혔다. 그는 만성 신장병으로 혈액투석 치료를 받아온 사정 등을 들어 선처를 호소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속초지원 형사1단독 장태영 판사는 "피고인은 직장 상사로서 피해자를 전담해 업무를 가르치는 역할 등을 수행하면서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폭행을 가하고, 약 2개월 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폭언, 협박을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거의 매일 피고인의 극심한 폭언과 압박에 시달렸다. 피고인의 각 범행 직후 불과 며칠 만에 피해자는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해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며 "피고인의 각 범행이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에 상당한 요인이 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장 판사는 "도저히 탈출구를 찾을 수 없어 결국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가 겪었을 정신적 고통, 두려움, 스트레스는 가늠조차 어렵다"며 "이 사건은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직장 내 갑질의 극단적인 사례를 보여준다"고 했다.


'훈계와 지도 명목'이라는 A씨 측 주장에는 "피고인이 직장 내에서 피해자에게 가한 폭행과 폭언은 피해자의 기본적 인권과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것이었고, 그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CCTV 영상에 나타난 피해자의 모습은 피고인 앞에서 매우 위축되어 고개마저 들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장 판사는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A씨만 항소한 이 사건은 오는 30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린다.



유족은 박혜영 노무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산업재해 신청을 준비 중이다. 또, A씨와 회사 대표를 상대로 최근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소진 기자 adsurd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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