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최저신용자 대출1년새 절반 감소
카드업계에선 최저신용자 대출 사실상 전무
"불법 사금융으로 내밀리면 안돼…정책금융상품 확대해야"
저축은행·카드사 등 제2금융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취약계층 차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신용점수 600점 이하 최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신용대출을 내준 저축은행은 지난달 기준 14곳으로 확인됐다. 전체 대출상품 78개 중 최저신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은 21개(27%)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가량 줄어든 값이다. 지난해 3월 기준 신용점수 600점 이하 차주도 이용 가능한 상품은 총 42개로 전체(90개)의 46.6%를 차지했다. 이 상품들을 취급한 저축은행은 23곳으로 집계됐다.
신용점수 500점 이하 차주라면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진다. 해당 신용점수 구간의 차주에게 대출을 내준 저축은행은 지난해 3월 9곳이었지만 1년 새 2곳으로 급감했다. 상품수로 보면 해당 신용점수 구간의 차주가 이용할 수 있는 대출상품이 지난해 3월엔 총 11개였지만 지난달엔 3개로 줄어들었다.
급전 창구로 여겨지는 카드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월 국내 전업 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BC·우리카드)은 신용점수 500점 이하 차주에게 사실상 카드론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까지 삼성카드·국민카드 등이 500점 이하 차주에게도 카드론을 취급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저축은행·카드사 등 2금융권 업계에서 최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줄인 배경에는 ‘건전성’이 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기존 대출 때문에 연체율이 빠르게 올라가 신규 대출은 보수적으로 내주게 됐다”고 설명했다. 카드 업계 한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정해진 상황에서 건전성을 유지하려면 신용점수가 낮은 고객에겐 대출해 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최저신용자는 불법 사금융으로 내밀릴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도권 내에서 필요한 자금을 빌릴 수 없으니 사채를 비롯한 비공식 금융시장에서 더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거나 최악의 경우 파산할 수도 있다”며 “특히 자영업자들이 위험한 대출에 손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급전이 필요한 최저신용자를 위해 정책금융상품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금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책금융상품이 불법 사금융 피해를 방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부는 신용이 열악한 차주들을 위해 햇살론이나 미소금융 같은 서민금융진흥원 금융상품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