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디자인위크·유로쿠치나 2024' 르포
주방가전서 AI 기능 새로운 표준으로
#. 냉장고에 양파를 넣으니 상단 중앙에 있는 인공지능(AI) 카메라가 식재료를 인식한다. 외부에 탑재된 32형 터치스크린에는 새로운 식재료를 안내해주는 팝업창이 뜬다. 식재료 리스트를 스크린을 통해 확인한 후, 보관기한을 설정한다. 보관기한이 임박한 식재료는 냉장고 문을 열지 않고도 알림을 통해 알 수 있다.
16일(현지시간) 정식 개막한 '밀라노 디자인위크·유로쿠치나 2024'에서는 삼성전자 AI 가전이 적용돼 완전히 새로워진 주방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대화면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AI 가전들은 '스마트싱스'로 집안 어디서나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도록 연결돼 편리한 주방 환경을 구축했다. LG전자 역시 AI 가전을 통해 더 나은 요리경험을 선보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보쉬, 월풀, 하이얼 등 글로벌 가전 업체들도 AI 가전 트렌드에 맞춘 제품들을 전시하며 유럽 시장을 공략했다. 주방가전 카테고리에서 AI 기능은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삼성, '스크린 에브리웨어'로 연결 생태계 강조
밀라노 로 피에라에 위치한 유로쿠치나 전시장에 참가 기업 중 보쉬 다음으로 가장 큰 964㎡(약 292평) 규모의 부스를 마련한 삼성전자는 2024년형 비스포크 AI와 프리미엄 빌트인 신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가전에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집 안의 다양한 제품을 연결·제어하는 이른바 '스크린 에브리웨어' 전략을 또 한 번 강조했다.
특히, 'AI 비전 인사이드' 기술이 탑재된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 7형 터치스크린 기반의 AI홈이 적용된 '애니플레이스 인덕션'을 통해 주방 공간이 연결되고, 세탁실의 '비스포크 AI 콤보' 세탁·건조기까지 더해 집안 어디서든 가전을 손쉽게 제어할 수 있는 멀티 디바이스 경험을 보여줬다.
그중에서도 유럽에서 가장 먼저 출시되는 애니플레이스 인덕션은 많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납작한 사각 형태의 시트 코일을 적용해 화구의 경계 없이 상판 어디서나 조리할 수 있어 기존 4구 인덕션보다 공간을 154% 넓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달 유럽에서 출시한 '빌트인 와이드(Wide) BMF(상냉장·하냉동) 냉장고'는 유럽 빌트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주력 제품이다. 삼성전자의 빌트인 냉장고 라인업 중 최초의 와이드 모델로, 내부 용량은 기존 모델 대비 91ℓ 더 커진 389ℓ로, 와이드 빌트인 시장 수요가 높아지는 이탈리아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제품들은 스마트싱스를 통해 실제 집 구조를 토대로 생성한 3차원 맵에서 공간별 기기의 위치와 상태, 에너지 사용량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고, 스크린에서 바로 전원을 끄거나 켜는 제어도 가능했다. 또한 빅스비를 이용해 사용자가 음성 명령을 말하면 다양한 주변 기기가 이를 인식하고 다른 기기에 전달한다. 연내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AI가 빅스비에 도입되면 사람과 대화하듯 자연스러운 음성 제어도 가능해질 예정이다.
삼성푸드 또한 AI 기술이 더해져 주방 경험을 한층 풍성하게 해줬다. 음식 사진 한 장만 있으면 식재료를 인식해 비슷한 레시피를 찾아줄 뿐만 아니라, 필요한 재료를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에서 바로 주문할 수 있다.
현장에 있던 정지은 삼성전자 DA(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업체들 대다수가 전통적인 방식으로 가전, 가구를 배치했다면 삼성은 AI와 연결성을 내세웠다는 점이 차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 AI 적용된 초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수
LG전자 역시 AI 기능을 강화한 초(超)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신규 라인업을 선보였다.
이날 LG전자도 화구의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인덕션 상판 어디에나 냄비를 올려도 조리할 수 있는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프리존 인덕션(36인치)'을 최초 공개했다. 이 제품은 AI가 음식의 끓는 정도를 파악하고 예측해 물이나 수프, 소스 등이 넘치는 것을 막아주는 '끓음알람' 기능이 강점이다. 조리 기구의 온도를 감지해 자동으로 온도를 조절해주는 방식이다. 또 조리 중 냄비를 옮겨도 냄비의 재질이나 이전 가열 강도 등을 스스로 알아채 기존 설정 그대로 요리를 이어갈 수 있는 자동 추적 기능도 갖췄다.
'고메(Gourmet) AI'를 적용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오븐(24인치) 신제품도 첫선을 보였다. 오븐 내부 AI 카메라가 재료를 식별해 130개 이상의 다양한 요리법을 추천하고 최적화된 설정을 제안하는 제품이다. LG 씽큐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조리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영상·사진으로도 촬영할 수 있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신규 라인업에 고객과 공감하는 AI 기능을 대폭 강화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더욱 촘촘해진 제품 포트폴리오로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혀 유럽 빌트인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보쉬·월풀·하이얼도 AI로 진화한 주방가전 선봬
국내뿐 아니라 외국 가전기업들도 AI로 한차원 진화한 주방가전을 일제히 전시했다. 업체 전반에서 AI 기반의 스마트함과 이를 통해 고객과 공감하며 유럽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취지가 돋보였다.
독일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보쉬는 차세대 인터페이스의 새로운 오븐 제품군 '시리즈 8'을 선보였다. 회전식 디지털 제어 링이 탑재된 이 제품은 고해상도 터치 디스플레이로 손쉽게 제어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었다. 아마존 알렉사나 홈 커넥트 앱을 사용해 음성 제어로 요리 선택도 가능했다.
미국 최대 가전업체인 월풀도 온도변화를 감지해 화력을 조절하는 기능을 탑재한 '히트 컨트롤 인덕션'을 공개하며 주목을 받았다.
중국업체인 하이얼 역시 '바이오닉쿡'으로 카메라 등을 통해 재료를 인식해 레시피와 조리설정 세팅, 애플리케이션 알람 등을 받을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전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브랜드를 선두로 한 AI 가전 트렌드 확산이 돋보인다"며 "(글로벌 업체들의) 스마트한 연결성이나 AI 기능은 아직 초기 단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밀라노=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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