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곤 인근 피자 주문량, '피자 미터'
임박한 전쟁 가늠하는 정보로도 쓰여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이 약 300기의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해 이스라엘 영토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공격은 이스라엘 방위군과 현지에 주둔한 미·영국군 등 연합군 항공기의 지원으로 대부분 막아냈으나, 중동 정세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몰렸다.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면 가장 먼저 반응하는 곳은 미 국방부의 심장부,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위치한 '펜타곤'이다. 언제든 위험 지역에 군사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당국자들은 24시간 내내 대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펜타곤 내 활동량이 늘 때마다 함께 바빠지는 이들이 있다. 바로 펜타곤 인근에 있는 피자 배달 레스토랑들이다.
펜타곤 직원 바빠지면 피자집 주문도 늘어난다
펜타곤은 미 국방부의 본부로, 거대한 오각형 형태의 건물이다. 건물 내에는 약 2만3000명의 군인과 3000여명의 일반 직원이 근무한다. 이들은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의 군사 작전을 조율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세계 어디선가 군사 도발이나 전쟁의 기류가 감지되면 가장 먼저 반응하는 곳도 펜타곤이다. 하지만 펜타곤 내부에 24시간 머물며 업무를 보는 직원들도 식사는 해야 한다. 이 때문에 펜타곤에 비상이 걸리면 근처 피자집들에 주문이 쇄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대대적인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지난 13일에도 어김없이 펜타곤 근처 피자집들이 바빠졌다. 미국 누리꾼들이 구글 맵으로 검색한 인근 피자집 주문량을 보면 '평소 같은 시간대보다 바쁨'이라는 메시지가 걸려 있다.
'펜타곤 피자 미터', 사막의 폭풍 작전 예측하기도
'펜타곤 피자 미터(Pizza meter)'는 사실 지금보다는 냉전 시대에 더 유용한 지표였다고 한다. 미국과 옛 소련이 첨예한 군비 경쟁을 하던 시절, 국방부 정보는 민간에 거의 공개되지 않았던 터라 언론인들은 피자집 주문량이라도 조사해 펜타곤 내에서 벌어지는 일을 유추해야 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당시 CNN의 국방부 전문 기자로 활동했던 울프 아이작 블리처는 후배 기자들에게 "국방부에 무슨 일이 있는지 알고 싶다면 항상 피자를 모니터링해라"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게다가 피자 미터는 실제 역사적으로 굵직한 사건들을 정확히 예측하기도 했다. 1989년 12월 미국의 파나마 침공 이전 펜타곤 인근 피자집 주문량이 평소의 2배로 급증했다고 한다.
1991년 1월 연합군의 '사막의 폭풍' 작전 당시에도 펜타곤 인근 피자집 주문이 대폭 늘었다. 작전 개시일은 1월17일이었는데, 바로 전날인 16일 한 피자집 사장은 '시카고 트리뷴'지에 "피자 주문이 늘어난 걸 보니 전쟁이 임박했다"며 예상했다고 한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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