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1000만 시대, 일본을 배우다]④
'2024 도쿄 케어텍스' 박람회
올해로 10회…오사카 등 일본 곳곳에서 열려
케어푸드부터 동남아 돌봄인력 매칭 서비스까지
일본 최대 국제 전시장 '도쿄 빅 사이트'. 기자가 최근 찾은 이 현장에는 '2024 도쿄 케어 텍스' 박람회가 한창이었다. 사흘 행사의 마지막 날이었던 이날, 등록 부스 현장은 입장을 위해 기다리는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일본의 케어 산업을 선도하는 430개 사가 모인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는 음식부터 첨단기기까지 그야말로 장르 불문이었다. 100조원 수준에 육박했다는 일본의 실버 케어 시장을 체감케 했다.
두 층으로 나뉜 전시장은 아래층에서 케어 식품과 더불어 주방 설비와 구강 관리 제품을, 위층에서는 휠체어와 보행기, 돌봄 로봇 등 다양한 의료·복지기기를 볼 수 있었다. 대부분 직접 써볼 수 있는 체험형으로 구성됐다.
"씹기 편하고 맛도 있는 간편식입니다. 한 번 먹어보세요!"
전시장 아래층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를 따라가니 케어푸드 부스가 쭉 늘어져 있었다. 레토르트 간편식부터 노인용 요구르트까지, 부스 담당자들은 시식 샘플과 팸플릿을 마련해놓고 홍보하고 있었다. 오노데라 그룹의 사이토 슈헤이 본부장은 기자에게 음식 시식을 권하며 본인이 일본의 음식 프랜차이즈 '사보텐'에서 일하다 케어푸드의 성장성을 실감하고 이직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2015년 첫 개최를 시작으로 올해 10회 차를 맞이한 케어 텍스 박람회는 간호 용품, 의료기기와 더불어 요양원용 장비·서비스를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전문 전시회다. 요양시설의 임직원, 구매부서장, 요양 용품 유통업체 등 여러 참관객이 전시회를 방문해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주최사인 '부티크스 주식회사'의 설명에 따르면 박람회 방문자의 39%가 개호(요양 등 돌봄) 사업 관계자, 19%가 용품 유통 관계자, 25%가 용품 제조업체 관계자로 구성돼 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이코마 다이스케 부티크스 부장은 "2015년 3월 도쿄 빅사이트에서 박람회를 처음으로 개최한 이후 해마다 규모를 확대해 왔다"며 "도쿄뿐 아니라 오사카, 후쿠오카 등 다양한 지역에서 케어 산업 박람회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쿄 박람회의 경우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격리 의무 해제 이전에 행사가 열렸음에도 1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들렀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고령화가 우리나라보다 일찍 진행된 만큼 케어 분야에서 앞서 있다. 이날 박람회에는 일본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실버산업 현장을 배우기 위해 들른 한국인들도 있었다. 지난해 일본 최대 국제복지기기전 박람회인 HCR(Home Care & Rehabilitation Exhibition)에 이어 올해 케어 텍스 박람회도 방문했다는 이준호 그레이스케일 대표는 "이렇게 규모가 큰 박람회가 다양한 지역에서도 수요가 있을 정도로 참여 업체나 방문객이 많다는 것"이라며 "국내 시장 규모와는 차이가 크게 난다는 점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박람회의 복지 용구 부스에는 첨단 기술을 접목해 돌봄 인력의 일을 덜어주는 기계가 많았다. 예를 들어 '우메모토 머티리얼즈 주식회사'는 진공 에너지 원리를 이용해 빨랫감을 넣기만 하면 자동으로 모아주는 '런드리젯'을 전시했다. 흡입구에 손을 갖다 대면 입구가 열려 수건이나 이불 등 빨랫감을 넣을 수 있다. 여러 환자의 빨래를 모아서 해야 하는 요양시설에서 사용하기 편리한 기구다.
침대에 달아 어르신 환자의 움직임을 감지해주는 센서도 여럿 보였다. '엑셀 엔지니어링'은 언제 어디서든 침대 위 어르신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센싱 카메라와 간호인력 호출기기, 욕창 방지 센서 등을 내놓았다. 나나미 지쿠야 홍보담당자는 "최근에 일본에서는 시설이 아니라 종래에 살던 집에서 안전한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는 수요가 많이 늘어났다"며 "집에서 쓸 수 있는 기기들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개발한 제품들은 케어 텍스 같은 박람회 참가를 통해 구매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냄새로 대소변 여부를 판단하는 센서, 레이더 센서를 활용해 생체를 인식하는 상품 등이 눈에 띄었다"며 "일본 복지 용구 시장에서 단순 제품에서 인공지능(AI) 센서와 IT 솔루션을 접목한 제품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제품뿐 아니라 서비스를 홍보하는 회사도 있었다. 동남아시아 출신 돌봄 인력을 연계해주는 '스태프 플러스'가 운영하는 부스 앞에서는 일본어를 잘하는 동남아 간병인들이 전단을 나눠주며 직접 홍보하고 있었다.
박람회에는 전시뿐만 아니라 업계에서 활약하는 전문가들을 강사로 초청한 세미나도 한쪽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특히 일본 후생노동성 관계자가 직접 개호보험 제도를 설명해주는 세미나는 박람회 개최 며칠 전부터 신청이 마감되는 등 높은 인기도를 보였다. 그 밖에 요양사업 경영, 시설 운영 등 일본 요양업계의 트렌드를 설명하는 다양한 테마의 세미나가 이어졌다.
도쿄(일본)=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