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당선인, 보도자료 통해 의사 밝힌 것 유감"
"의료계 통합 기자회견, 빠른 시간 안에 개최"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 측이 임 당선인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밝힌 가운데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당성을 강조하며 정해진 임기를 지키겠다며 선을 그었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정례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이날 "최근 의료계 내부의 갈등 상황으로 인해 회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고 있는 점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며 "의협 비대위는 회원들의 총의를 받들어 의협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대위는 특정인의 의지에 의해 운영되는 조직이 아니라 비대위원 전체의 뜻을 물어 결정된 사안을 반영하는 기구다"며 "민주주의는 행위의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될 때 그 의미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이 발표된 후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비대위원장은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이 맡았다. 김 비대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30일까지다. 임 당선인은 다음 달 1일 의협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임 당선인은 지난달 말 당선 직후 김 위원장과 공동으로 비대위원장을 수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전날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와 대의원회에 임 당선인이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회장직 인수위는 공문에서 "의도와는 달리 비대위 운영 과정에서 당선인의 뜻과 배치되는 의사 결정과 대외 의견 표명이 여러 차례 이뤄졌고, 이로 인한 극심한 내외의 혼선이 발생했다"며 "혼선을 정리하기 위해 다원화된 창구를 의협으로 단일화해 조직을 재정비해야 한다"며 임 당선인의 비대위원장직 수행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는 의료계 일각에서 정부와 타협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임 당선인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요한 시기에 저와 합치된 의견이 나갈 줄 알았는데, 제 의사에 반하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며 "일일이 열거하긴 어렵지만, 비대위에서 의대 증원과 관련해 '1년 유예안'을 제안했다거나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의대 증원을) 1년 미루고 이걸 정확히 검토할 수 있는 위원회 같은 걸 구성한 뒤, 여기서 결론이 나면 그 결론을 따라가자"고 제안한 바 있다.
임 당선인의 행보에 김 비대위원장은 유감을 표하며 임기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임 당선인은 현재 비대위원으로 비대위에 참여하고 있어 발언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다. 보도자료를 통해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말 한마디가 의사 사회를 분열시키고 공멸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저에게 주어진 시간까지 전 회원의 뜻을 받들어 비대위원장의 소명을 다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의협 비대위가 오는 11~12일 중 추진하겠다 밝힌 의료계 통합 기자회견 일정은 연기됐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합동 기자회견 진행 여부에 대한 취재진의 질의에 "대한전공의협의회 입장을 확인해야 하는 과정 중에 있다. 조율이 덜 된 것 같아 이번 주에 예정된 기자회견은 어려울 것 같다"며 "가능하면 빠른 시간 안에 개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김택우 의협 비대위 위원장,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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