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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원 노가리에 시원한 생맥주 한잔…힙지로에 돌아온 터줏대감[을지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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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韓최초 생맥주 가게 '을지OB베어' 귀환

편집자주을지로의 다른 이름은 '힙지로'. 오래된 건물과 골목 곳곳 재건축이 뒤섞여 혼란한 모습이지만 과거와 현재가 겹쳐 있다는 점에서 묘한 매력을 준다. 한때는 산업이 쇠퇴하며 위기를 맞았으나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을지로의 생명력이 되살아났다. 특유의 감성으로 입지를 굳힌 을지로, 그리고 이곳의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만나 도시의 미래를 조망해본다.
6000원 노가리에 시원한 생맥주 한잔…힙지로에 돌아온 터줏대감[을지로터리] 을지OB베어 최수영 사장(69)이 손님들에게 나갈 맥주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김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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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OB베어 문 열었네? 한잔하자고." 44년 노포 을지로 터줏대감의 귀환에 지나가는 시민들의 반응은 이렇다. 대한민국 최초의 프랜차이즈 생맥주 가게(1980년 오픈) 수식어를 달고 있는 을지OB베어는 건물주와 5년간의 공방 끝에 2022년 강제 퇴거돼 을지로를 떠났다. 이후 서울 마포구 경의선 책거리에 새 터전을 잡았지만 지난달 29일 2년 만에 을지로로 되돌아왔다.


옛 모습을 그리워하는 단골들의 요구에 한쪽 벽면을 철거 전 을지OB베어 모습으로 구현했다. 혼맥(혼자 맥주 마시는 행위)을 즐길 수 있는 기역(ㄱ) 모양 자리도 옛 모습을 고스란히 유지했다. 노가리를 굽는 연탄 화덕과 냉장고 속 케그(맥주통)도 과거의 모습 그대로다. 가격도 과거의 저렴한 수준 그대로를 유지했다. 노가리황태(6000원), 존슨빌소시지(9000원), 치킨튀김(9000원) 등 메뉴 대부분이 1만원을 넘지 않는다. 최수영 을지OB베어 사장은 "혼자 한잔하다가 옆 사람과 친해져서 20년 동안 함께 오는 단골도 있다"며 새 매장에 옛 모습을 그대로 구현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물가는 계속 오르지만 (우리마저 올리면) 단골들이 서운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6000원 노가리에 시원한 생맥주 한잔…힙지로에 돌아온 터줏대감[을지로터리] 옛 을지OB베어를 그대로 구현한 모습. 사진=김진선 기자

을지OB베어는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시초다. 을지OB베어 오픈 9년 뒤에 뮌헨호프가 들어왔고 에이스호프, 을지로 호프 등이 자리잡았다. 최 사장은 "노가리가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을지로 노가리 골목'이 형성됐다"며 "판매하는 품목이 겹치지만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존중하며 운영을 하다 보니 상권이 발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근 가게 사장들과 돈독한 사이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다.


하지만 2018년부터 시작된 건물주와의 갈등은 결국 강제 철거로 이어졌다.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을지OB베어를 되찾기 위한 현장문화제'까지 열며 지원사격 했지만, 결국 을지로를 벗어날 수 밖에 없었다. 최 사장은 지금도 당시를 생각하면 마음 한 켠이 아려온다. 그는 "다시 돌아 온 것도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6000원 노가리에 시원한 생맥주 한잔…힙지로에 돌아온 터줏대감[을지로터리] 을지OB베어 외관 모습. 사진=김진선 기자


철거 이후 서울 마포구 경의선 책거리에 새터전을 잡았지만, 2년 동안 을지로 탐방을 쉬어본 적 없다. 그는 "인근 상인들과 가족같이 지내면서 상권을 만들었고, 어렵게 시작했기 때문에 추억이 많은 곳이었다"며 "그래서 가능하면 을지로가 좋겠다는 생각으로 돌아올 날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을지로 상권 권리금이 급등한데다 을지OB베어 만의 분위기를 낼 곳을 찾기 어려웠다. 시간이 흐를수록 을지로 재입성이 어려울 것 같다고 판단해 고집했던 부분을 내려놓고 고민 끝에 원래 운영하던 을지로 터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을지로 상권이 많이 변한 건 아쉬운 부분이다. 최 사장은 "상권이 다 망가졌다"며 "30~40년 된 곳이 많았는데 이제 아니다. 재개발하면서 일할 수 있는 터전이 사라지고, 많은 가게들이 임시 컨테이너로 들어가는 등 변화가 크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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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원 노가리에 시원한 생맥주 한잔…힙지로에 돌아온 터줏대감[을지로터리] 옛 을지OB베어 보다 넓어진 현재 내부 모습. 사진=김진선 기자

최 사장은 "44년의 시간이 연결된 것처럼, 노포 분위기를 좋아하는 젊은 분들과 기존 단골이 함께 옛 감성을 느끼고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좋겠다"면서 "을지OB베어가 백년가게(중소기업벤처부 지정)로 지정돼 있는 만큼 튀지 않고 잔잔하게 운영하는 것도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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