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유리문 부서져 영구적인 뇌 손상" 주장
생활 전반 불편 호소…3500만달러 배상 평결
미국 뉴욕에서 한 건물 유리문이 부서져 그 파편에 맞아 영구적인 뇌 손상을 입었다고 주장한 여성이 약 472억원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4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와 더 가디언 등 외신은 전직 JP모건 애널리스트 출신 여성 매건 브라운(36)이 사고 건물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고 보도했다. 뉴욕 법원 배심원단은 건물주가 브라운에게 총 3500만달러(약 471억8000만원)를 배상해야 한다고 평결했다.
사고는 2015년 2월 맨해튼 매디슨애비뉴에 위치한 한 빌딩에서 발생했다. 당시 브라운은 건물 밖으로 나가기 위해 유리로 된 출입문을 어깨로 밀었고, 뒤따르던 한 남성도 휴대전화를 쥔 손으로 문 중앙을 밀었다. 이때 갑자기 문이 산산이 조각났고, 그 파편들이 브라운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근처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머리를 감싸고 비틀거리는 브라운의 상태를 살피는 모습이 포착됐다.
브라운은 이 사고로 '영구적인 외상성 뇌손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두통과 현기증은 물론 빛에 대한 민감성, 치매 조기 발병 소지를 갖게 됐다고도 설명했다. 또 당시 27세의 유망한 애널리스트 경력이 사실상 단절됐으며, 약혼자와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어 연인과 이별해야 했다고 호소했다.
법정에 선 브라운은 "후각과 미각이 상실됐고 한때 유창했던 스페인어도 잊어버렸다"며 "기억력, 집중력, 어휘력이 모두 저하됐다"라고 했다. 이어 "사고 후 1년을 쉬고 복직했으나 사고 후유증으로 성과를 내지 못해 결국 2021년 해고당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건물주 측 변호사는 "브라운이 문에 기대 있었고 남성이 휴대전화 모서리로 문을 밀었다"며 "밖의 기온은 낮았고 내부는 따뜻했다. 유리에 가해지는 힘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건물의 안전상 문제는 없었다. 유리문에 균열이 있었다는 증거도 없고 원래대로 잘게 부서졌다"라고 부연했다. 또 심각한 뇌 손상을 입었다는 브라운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도 했다. 건물주 측은 "브라운이 입은 유일한 외상은 손이 베인 상처뿐이다. 그것조차 불과 5일 만에 치료했다"며 "브라운의 증언은 일관성이 없어 신뢰할 수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브라운 측은 "증언에 대한 오류가 바로 뇌 손상의 증거"라고 반론했다.
양측 공방 끝에 배심원단 6명은 만장일치로 브라운의 손을 들어줬다. 배심원 평결을 보면 배심원단은 "건물주의 과실이 브라운에게 상처를 입힌 '상당한 요인'이 됐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과거, 현재, 미래의 고통과 치료비, 삶의 즐거움 상실 등을 이유로 건물주가 브라운에게 총 350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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