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자당 전직 대통령 소환해 지지층 결집
文, 연이틀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봐"
朴, 총선 전 유영하 후보 지원에 나설 예정
총선 정국이 전직 대통령을 '소환'하고 있다. 단순히 후보자들을 만나거나 격려 발언을 하는 수준을 넘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직접 지역구 후보들을 만나는 등 사실상의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6일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아 약 30분간 머물렀다. 윤재옥 대구 달서구을 후보, 유영하 대구 달서구갑 후보, 김형동 경북 안동시예천군 후보 등이 함께했다. 한 위원장은 사저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이) 따뜻한 말을 많이 해주셨고, 저도 대단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주당 후보들에 대한 지지 유세 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정권심판론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5일 경남 양산시에서 "김 전 대통령이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라고 말씀하셨다"며 투표를 촉구하는 한편 현 정권을 심판해달라는 메시지를 냈다. 그는 이날 외에도 경기 파주시·충북 청주시 등지에서 해당 발언을 총 6회 언급했다.
현재 생존한 전직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문재인 등 3명이다. 가장 두드러진 행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역구 후보 방문 일정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일엔 이재영 경남 양산시갑 후보, 2일에는 김태선(울산 동구)·오상택(울산 중구) 후보와 함께 지역을 방문했다. 특히 연이틀 "칠십 평생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본다"는 강한 비판을 내놔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실었다.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도 사전투표일 전에 최측근인 유영하(대구 달서구갑)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의 지원 유세와 관련해 김상일 평론가는 "개인적인 친분과 인연이 있는 후보들의 요청을 받아서 응원하는 건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이 정치적인 주요 이슈 중에 하나로 다뤄지는 건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임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어른이어야 하는데 한 정파에 속한 사람처럼 하면 나라의 원로가 만들어지겠냐"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과거 문 정부 때의 인사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 같은데, 이것이 친문(친문재인)과 친명(친이재명) 갈등의 또 다른 축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비판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병천 신성장연구소 소장은 '이·조·문(이재명·조국·문재인) 연합'을 언급하며 문 전 대통령의 행보가 부산·경남 지역에서의 민주당 후보 약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오바마가 바이든 선거운동을 돕듯이 원래 정당 정치라는 건 한 축으로 봐야 한다"며 "문 전 대통령의 후보 지원은 적절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경남 지역에서 민주당이 선전하게 된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반윤(반윤석열)이면서 비명(비이재명)인 유권자의 결집이 있다"며 "이·조·문 연합으로 추가적인 효과를 낸다"고 주장했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