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 열려
모녀 vs 형제 나뉘어 오너가 갈등 벌어져
주총 앞두고 엎치락뒤치락 표심 결집
어느쪽이 승리하더라도 여전히 숙제 남기도
지난 1월 한미약품그룹이 전격적으로 OCI그룹과의 통합을 발표하면서 촉발된 한미약품그룹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이 드디어 최종장을 맞았다. 두 달간 치열한 법적 분쟁과 표 결집을 벌여온 모녀(송영숙·임주현) 측과 형제(임종윤·종훈) 측의 갈등이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결말이 날 전망이다.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28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호텔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예년에는 서울 송파구의 본사 건물에서 주총을 진행해왔지만 올해는 '법적 본사'인 화성 팔탄공장 인근에서 주주들을 맞이한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열리는 주총인 만큼 한치의 법적 문제도 야기하지 않겠다는 회사 측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미약품그룹 오너가는 현재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의 모녀와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과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의 형제로 나뉘어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모녀 측은 한미사이언스가 OCI그룹의 제약·바이오 사업 관련 중간 지주사가 되는 통합안을 발표했다. ▲한미사이언스의 OCI홀딩스 대상 제3자 신주발행을 포함해 ▲모녀 측의 주식 매각 ▲모녀 측의 한미사이언스 주식의 OCI홀딩스 대상 현물출자 및 OCI홀딩스의 모녀 대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을 포함한 패키지 거래를 통해 OCI의 안정적 자금을 한미약품그룹으로 끌어온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형제 측은 임성기 창업회장 사후 한미약품그룹 오너가가 짊어지게 된 상속세 5400억원의 해결을 위한 자금 마련의 성격이 큰 만큼 '사익을 위한 합병'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이에 제3자 신주발행에 대한 금지 가처분을 내는 등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번 주총과 관련해서도 양측은 이사 선임 안건을 두고 치열한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모녀 측 인사 4명으로만 구성됐다. 형제 측은 본인 2명을 포함해 이번 주총에서 총 5명의 이사를 선임해달라는 주주제안을 내놨다. 모녀 측도 정관상 허용된 최대 이사 인원인 6명을 추가 선임하면서 대응에 나섰다. 주총에서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이사회 장악 세력이 바뀌게 된다.
그동안은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이 있는 주식 기준으로 형제 측(25.86%)보다 모녀 측(32.95%)이 우위를 점해왔지만 지난 23일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전격적으로 형제 측에 서면서 형제 측의 지분이 38.4%로 단숨에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26일에는 국민연금공단이 "모녀 측 안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더 부합한다"며 모녀의 손을 들어주며 다시 모녀 측 지분이 40.86%로 고지를 쟁탈한 상태다.
여기에 공개적으로 형제 측 지지를 표명하면서 위임장을 제출한 소액주주 행동 플랫폼 '액트' 소속 주주 1.40%, 반대로 모녀 측 지지를 선언한 한미사우회의 0.3% 지분 등을 합치면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두고 1%포인트 수준에서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양측은 전날까지 각각 대행사를 통해 소액주주들을 일일이 직접 만나면서 치열한 마지막 표 결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주총이 어느 쪽의 승리로 결론이 나든 여전히 숙제는 남는다. 모녀 측이 승리했을 때는 패키지딜이 모두 성사되더라도 OCI홀딩스의 한미사이언스 보유 지분이 27.03%에 불과하다는 점이 문제다. OCI홀딩스가 상장사인 한미사이언스를 지주사로 갖기 위해서는 3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해야 한다. 이번 거래 외에도 공개매수나 블록딜 등을 통해 추가로 지분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신 회장이 주총 후에도 형제 측에 힘을 실어준다면 28.8%로 지배주주의 지분율을 뛰어넘는 적대적 최대주주세력이 존재하는 점도 해결해야 한다.
반대로 형제 측이 승리했을 때는 자금조달이 관건이다. 모녀 측은 OCI홀딩스에 대한 구주매각을 통해 상속세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는데 비해 형제 측은 상속세 해결을 위한 자금의 명확한 출처를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임종윤 회장은 앞서 "자금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순자산을 봐야 한다"며 "세금 문제를 개인적으로 잘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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